후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주인공인 카논, 본인을 닮았다는 설명과 함께 보내온 사진 한 장. 여성의 옆얼굴을 그린 유화. 제로라는 이름의 작가가 그린 작품, <늦여름>. 카논은 생각한다. 내 옆얼굴이 저렇게 생겼나. 알 길이 없다. 어릴 적부터 깊이 품었던 그림에의 열망과 향수가 피어난다. 연이어 무언가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다.
광고 회사에 다니다가 불미스러운 소문에 등 떠밀려 퇴사를 감행한 카논 지인의 소개로 미술잡지 편집부에 수습기자로 들어간다. 정규직 입사를 걸고 특집 기사를 하나 맡게 되는데, 테마가 심상치 않다. 뱅크시처럼 얼굴도 본명도 그 외 무엇도 알려지지 않은 화가 나유타. 인터넷상에서 그(그녀)는 '사신'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데, 그(그녀)의 그림 속 모델은 예외 없이 죽는다는 이유에서다. 그(그녀)가 그린 작품 속 모델들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카논은 취재를 시작한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을 만날 길이 없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죽은 이들의 유가족들 하나 둘 만나기 시작하면서 카논은 혼란스럽다. 함정에 빠진 것만 같은 기분이 엄습한다. 누군가 일부러 자신을 여기까지 등 떠밀고 있었던 것만 같다. 생과 사, 예술적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던 존재, 알 듯 말 듯 자꾸만 손에서 빠져나가는 미스터리한 서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