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트 영매탐정 조즈카 2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학기 들어 범죄심리학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학부생 때부터 염원했던 본교 본과에서의 범죄심리학 강의. (하고 싶었다는 뜻이 아니라 듣고 싶었어요) 그 첫 개설을 내가 맡은 것은 실로 큰 행운이자 복이라 믿는다. 다른 대학에서 이미 범죄심리학을 강의했지만 본교에서의 강의는 그 의미와 무게가 전연 다르다.

첫 강의를 앞두고 고민들이 많았다. 학생들에게 요구할 과제도 수많은 고민들 중 하나였는데, 그 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상상 글쓰기였다. 범인을 추적하거나 범죄행동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같은 단편적인 접근은 시시했으므로 반대가 되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의 입장에서 하나의 사건(지정해 주는 유형의 범죄 내에서)을 저지를 것. 철저히 범인이 되어 범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무수한 일련의 과정을 상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싶었다. 글쓰기 능력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마음을 뼛속까지 이해하고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끝내 이번 학기에는 무난한 과제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여전히 마음속에 콕 저장해 둔 과제. (언젠가는 시도해 보는 걸로)

갑자기 다짜고짜 왜 과제 이야기를 하느냐. [영매탐정 조즈카]의 속편인 이 책이 바로 내가 상상한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와 범행 방식이 공개되어 있다. 반대로 탐정에게 추적 당하는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명 도치 서술 추리소설인 셈.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서술 방식이 아니라 신선하고 또 간접적으로나마 범인이 되어보는 매 순간의 짜릿함과 불안함 같은 묘미도 있었다. (이쯤 되니 꼭 그 과제는 시도해 봐도 좋겠다.)

내용을 실컷 읽고서야 뒤늦게 제목을 기웃거린다. invert가 곧 '~을 거꾸로 하다, 뒤바꾸다, 반대로 하다, 반전시키다'를 의미한다. 도치 서술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촘촘하게 심어둔 반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퍽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전형적인 순정만화에 부합하는 표지라던가 '영매'라는 단어에서 취향에 부합하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몰입하여 흥미롭게 읽었다. 장르소설을 애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인기가 높겠다는 예상도 조심스레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