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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ㅣ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평점 :
2011년 5월, 경북 문경의 한 채석장에서 기이한 변사체가 발견된다. 아직까지도 자살, 타살을 규명하지 못한 채, 일명 '십자가 사건'이라는 이름의 난해하고 괴이한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6명의 작가가 이 사건을 중심으로 각기 고유한 단편소설을 엮었다. "어느 날 십자가에 못 박힌 시체가 발견되었다."로부터 파생되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닮은듯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앤솔러지. 이 책 안에서만큼은 "그래서 사건의 진상이 무엇이냐" "자살이나 타살이냐"같은 문제는 더이상 중요치 않다. 말 그대로 소설은 소설일 뿐. (개인적으로는 단편 중 '도적들의 십자가'가 주는 기괴한 분위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하나의 현상, 사건, 대상을 두고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빛나는 책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실제 사건에 대해서는 잠시 두터운 이불을 덮어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로 들려주는 6가지 이야기들에 가벼운 마음으로 귀 기울여 보기를. 어쩌면 지금껏 생각지 못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미스터리 씨앗이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