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그 언젠가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해야 했던 첫 순간을 기억한다. 나의 첫 설명은 몹시도 무미건조했다. 심박수가 멈추고, 눈이 감기고, 이내 우리의 신체 전부가 활동을 멈추는 그저 과학적 현상으로서의 죽음이었다. 알고 있다. 죽음에는 그렇게 납작한 정의 말고도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그 후로 아이와 죽음에 대해 다양한 방향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막연히 두렵고 무섭고 슬픈 것이었던 죽음이 오늘날 아이에게는 무엇으로 정리되어 있을까.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누구나 반드시 겪어내야만 하는 죽음. 회피하기보다는 직면해야 할, 삶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한 죽음 말이다.


우리는 죽음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나의 1년 뒤, 10년 뒤를 떠올리듯 시간적으로 먼 곳에서 다가올 무언가로 상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늘 주변에 말한다. 우리는 매순간 죽어가는 중이라고. 죽음은 예고하지 않고 다가온다. 이 길을 나선 그대의 심장이 갑자기 덜컥 문제를 일으켰는데 다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죽음을 맞는다. 길을 나서기 직전 마주한 풍경과 사람이 마지막인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웰빙 (well-being, 잘 사는 것)만큼이나 웰다잉(well-dying, 잘 죽는 것) 문제도 핵심 연구 주제로 자리매김 했다. 죽음도 결국 삶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죽음을 다루는 책들은 많다. 그럼에도 ’후회‘와 연결된 죽음 이야기가 전하는 울림은 또 다른 온도로 다가왔다. 후회하지 않는 인간이 있을까. 저자의 말대로 인간은 후회를 먹고 사는 생물이다. 과거로부터 현재,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당면한 죽음 앞에서 조금의 후회도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극 소수인 현실. 우리는 앞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 그들의 후회를 배운다. 역설적으로 그들이 알려주는 인생의 후회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되어 줄 지도 모른다.


결국 저자는 후회와 죽음을 통해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호소한다. 실체가 있는 죽음 앞에서 사람들이 용기내어 꺼낸 후회들을 부디 허투루 흘려 넘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 후회들 중에는 당신이 놓치고 있는 생의 중요한 열쇠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 스물 다섯가지의 후회 내용은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통해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그 중 저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두 가지만 공개하자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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