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 비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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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유튜브에서 한 프로그램을 만났다. 유재석과 조세호, 정장 차림의 두 사람이 길가를 누빈다.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묻는다. 어디 가세요? 평소 티비를 보지 않는 나는 이것이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요약본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금은 누구나 아는 그 이름, <유퀴즈 온더 블럭>. 유재석이 유튜브 계정을 만든 건가? 이게 뭐지? 다소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았던 그 프로그램이었다.


설거지를 할 때나 청소를 할때, 긴 시간 드라이브를 해야 할 때 배경음악처럼 유퀴즈를 틀어둔다. 하고 있는 일로 바쁠 때도 화면을 직접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충분한, 라디오 같은 프로그램이라 더 좋다. 오로지 “사람”과 “이야기”로 채워진 공간. 이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 역시 그 두 가지라 본다. 유명한 사람이어서도, 특별한 사람이어서도 아니다. 우리 곁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일상 속 누군가여서 더 좋다. 개개인의 서사로 들어가면 모두가 삶의 생생한 주인공인 삶, 그 유일무이한 이야기들이어서 더 좋다.


유퀴즈의 메인 작가 이언주님의 다정한 문체의 글로 만나는 유퀴즈는 영상 속 유퀴즈와 많이 닮았다. 인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애정이 없었더라면 이런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극적이고 소비적인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지던 시기, 담백하고 생산적인 이야기로 우리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았던 유퀴즈 온더 블럭.


사실 때때로 유퀴즈의 처음, 코로나19 이전 첫 플랫폼이 그리워서 일부러 과거 영상들을 찾아 보기도 한다. 지금의 유퀴즈가 실망스럽다는 말이 아니다. 그 뿌리에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변화를 겪었어도 여전히 유퀴즈에는 사람 냄새가 그득하다는 걸 잘 안다. 메인 카메라 곁에 서거나 앉아 프로그램과 함께였던 사람, 작가 이언주의 눈이 담아낸 이 책 덕에 유퀴즈는 내게 더욱 사랑스러운 무엇이 되었다. 벌써 200화가 넘도록 함께한 이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들려줄, 사람 냄새 진한 이야기들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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