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
박다영.고광열 지음 / 샘터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한 뒤로 새로 맺는 인연은 주로 부부동반 모임을 통해서였다. 남편과의 나이 차이 덕에 나는 거의 막내뻘이었다. 대학원생 시절부터 막내 역할을 자주 맡았던 터라 별 특이점을 느끼지는 못했다. 아이를 낳고서는 아이를 중심으로 맺게되는 인연들이 많았다. 대다수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었고, 그 덕에 나는 평생 가져보지 못한 언니와 형부들이 생겼다.


다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면 종종 나 혼자 섞이지 못하는 추억 이야기나 문화 공유가 있었다. 혹은 새로운 무언가를 그들에게 내가 전달하는 입장일 때도 많았다. 나에게는 익숙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생소하거나 신선한 것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유행어처럼 나오는 말은 “역시, mz잖아” “mz라서 그래” 였다.


그럴 때마다 그 mz가 미즈는 아니죠? 하는 농담으로 넘겼다. 사실 내가 mz세대에 속한다는 것도 몰랐다. 이상하게 묘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고야 깨달았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나는 밀레니엄 세대(m)이고, 내가 떠올리는 mz세대의 이미지는 z세대의 전형이었던 것.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나는 mz가 아닌데? 하는 반감이 생겼던 거다. 구분상 나는 mz가 맞다. 다만 책에서 z세대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 많은 것이 다르다. (그리고 나에게 mz라고 하던 대부분의 사람들도 m세대에 속한다.)


대학에 가면 일상 속 막내뻘이던 나는 강의실 안에서 교수님이라는 이름이 붙음과 동시에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된다. 내가 만나는 그 아이들이 바로 z세대들이다. SNS 상에서 z세대를 풍자하는 밈들을 볼 때마다 불편했다. 적어도 내가 만난 z세대는 그렇지 않았거니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 이상한 틀로 해석되고 있어 못내 안타깝기도 했다.


읽는 내내 공감과 감탄을 반복했다. 직업 특성상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많은 친구들과 접해 있다보니 그들의 곁에서 내가 많이 물들어 있었음을(어떤 대목에서 내게 mz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내가 잘 알지 못했던 그들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있었음을(사실 닮고 싶은 점들이 많았다) 동시에 느끼는 재미가 쏠쏠했다.



갓생을 원하는 그들은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에 매진한다. 기록을 중요시하고, 진짜 속내는 이웃이 거의 없는 블로그나 찐친만이 연결된 부계정에 남긴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해 검색할 줄 알고, 취업에 있어 저녁이 있는 삶이 더 중요하다. 깊고 찐득한 인연보다는 느슨한 관계 속에 지속되는 유대감을 선호한다. 그들에게 MBTI는 과학이고, 레트로가 주는 매력이 몹시 크다. 정당하고 적합한 대우 속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애사심도 생긴다(그들에게 정시퇴근은 그런 의미다. 이기심이 아니다).


다르다, 이해할 수 없다, 더 나아가서는 틀렸다, 이상하다고 판단하기 전에 우선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물론 그건 z세대도 마찬가지. 누군가 중년들이 말하는 중년들의 모든 것, 같은 책을 써 주 면 좋겠다. 서로가 책으로나마 깊은 속내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대감을 쌓으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그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먼저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