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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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얼굴은 염을 마치고 관에 들어가는 그 모습이다. 실은 그래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인사일 거라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라며 어린 나에게도 혼자 할아버지와 보낼 시간을 준 병원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염없이 "할아버지, 할머니 잘 돌볼게요. 걱정마세요."라는 말 말고는 아무 말도 못 전했다. 사랑한다는 흔한 말도 못 했다. 의식이 왔다갔다하는 와중에도 내 목소리에 활처럼 몸을 휘며 반응하는 할아버지였는데,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지도 못 했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다시 마주한 할아버지의 얼굴은 몹시도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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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에 마음의 준비 없이 할아버지를 염 하는 과정에 생생하게 노출되었던 입장에서, (너무나 힘든 경험이었지만) 나는 아이가 장례식이나 염에 참석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찬성한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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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매 순간 죽음과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삶의 한 과정이고, 순리이고, 자연스러운 순서이다. 그렇다면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죽음 앞에 어떻게 애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자연스럽고 일상적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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