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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최우수상작 토마토 청소년문학
양은애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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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과거로 돌아가면 현재가 바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바꾸지 못하는지 이젠 알 것 같아요. 과거의 제가 했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었던 거예요.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
"지금은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않은가."
"머리와 마음은 다르니까요. 사람들은 가끔 누가 봐도 어리석고 바보 같은 선택을 하죠. 그 선택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내 안에 있는 마음이 하는 선택이었던 거죠. 바보 같고 한심하지만, 오직 그때 할 수 있었던 최선인 선택." - P170

"나는... 인간들의 실수가 멋있어! 무모하다는 걸 알면서 하는도전도 멋있고 상처받을 걸 알면서 하는 고백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너는 옛날부터 엉뚱한 선택을 했지만 틀렸다고 말한 적은 단한 번도 없었어. 너는 항상 웃으면서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고했어."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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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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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희의 솔직함은 사람들에게 흠만 잡힐 경솔함이 아니었다. 솔직 스스로를 낮추는 식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지 않았다. 실수를 해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깨끗하게 사과할 뿐, 자학하듯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매사에 눈치를 보고 저자세로 일관해온 그녀에게 다희의 그런 태도는 그녀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스스로를 질책하고 과도하게 몰아세우던 자기의 모습을 그리고 이상하게도다희와 함께 있으면 그녀는 자신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95

다희씨 참 웃겨요. 그녀가 말했다.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해요. 너 참 재밌다, 웃긴다.
다희는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소리가 작아지자 목소리 자체가 다르게 들렸다.
그러다가 실망하는 거죠. 전 언제나 사람들의 기대만큼 밝은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 너 이런 애였니? 이러고 가버리는 거예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말하고 다희는 힘없이 웃었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잃고 싶지 않으니까 무리를 하게돼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다희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이 그녀의 마음에도 가까이 느껴졌다.
그랬더니 이런 사람도 있었어요. 다희 너는 깊이가 없어, 얕아,
그래서 좀 질려. - P97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신경썼던 것 같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다른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애썼지. 어린 시절부터 오래도록 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느끼며 자라서인지 나에게는내가 결코 타인에게 호감을 살 수 없는 사람, 멸시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거든. 그럴수록 나는 남들에게 더 맞춰줬고 남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번 고민했어. 그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채로남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고 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라 나의 욕구를 무시했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실망하는 거였어. 나는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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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 고명재 산문집
고명재 지음 / 난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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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을 미세하게 다룰 줄 안다면 그건 사랑도 섬세하게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루약은 섬세한 배려, 약절구는그렇게 만들어졌다.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 이를테면 아이들과 병든 노인들,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 콩콩 약을 빻는 사람들. 백사장보다 고운 세계를너에게 줄게. 더 작아지자. 미미해지자, 얼른 녹아서 몸속으로 잠 속으로 사해로 퍼지자. - P24

그렇게 천천히 ‘나‘라는 사람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그 대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남‘이 참 많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는 별게 아니다, 나의 시도 별게 아니다, 하지만 나도 용감하게 사랑할 수가 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시와 소설이 많았고 또한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런 그들을 응원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다보니시 쓰는 일도 더욱 행복해졌다. 매일 밑줄을 긋고 어떤 책에는 입술을 대었고 어떤 책에는 이마를 기대며 끝나지 말라고 말했다.
틈틈이 시를 쓰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다. - P32

어떤 삶을 살아야 우리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충분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시인이 남겨둔 이 따스한 시집의 이름이 자기 삶에 대한 ‘자부와 만족으로서의 충분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충분함‘은 자신이 살면서 우연히 스치고 만난 것들에 대한 ‘헌사로서의 충분함‘일 것이다. 나의 자족적인 충족감을 넘어서는 것, 빈자리에 기꺼이 타자들을 들여오는 것, 바로 그 만남에서 인간은 충만한 사랑을 얻고그 사랑에 힘입어 팥죽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건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죽음을 앞두고 ‘충분했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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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래도록 감정을 내보이지 않고 살았다. 참을수 없는 순간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로 견딜만했고 쉽게 잊었다. 그녀는 자신이 감정을 통제한다고믿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고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 지금,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이전의 삶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 P9

깊은 밤의 산책은 여러모로 이롭고 안전하다.
환한 낮에는 모든 게 쉽게 드러나고, 사람들은 드러난 것들에 대해 떠드는 걸 좋아하니까. 시야가 좁아지는한밤에야 사람들의 무시무시한 호기심도 비로소 잠이드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두운 쪽을 골라 디디며 공원을 한 바퀴 더 돈 다음 공원 입구 쓰레기통 앞에 멈춰 선다. 그런 뒤엔 반듯하게 접은 편지를 꺼내고 그것을 찢어버린다. 거기 담긴 자신의 감정을 폐기하겠다는 듯이. 두번 다시 그런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듯이. - P11

저녁 식사를 하기 전까지 그녀는 주로 편지를 쓴다.
손으로 쓰기도 하고, 이메일을 작성할 때도 있다. 그것은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다. 가벼운 인사로 시작하고 신중하게 고른 단어들을 징검다리처럼 하나씩 내려놓다가마침내 무수한 단어들 속에서 길을 잃고 마는 행위. 밤이오면 그녀는 쓰다 만 편지를 챙겨 들고 산책을 나선다.
한 시간 남짓 공원을 걷고, 공들여 쓴 편지를 폐기하고돌아오면 비로소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 P16

부드럽게 타일러 보지만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환하게 켜진 두 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할 뿐이다. 외부를 향한 저렇듯 완고한 경계심은 타고나는 걸까.
어쩔 수 없이 배우게 되는 걸까. 어느 쪽이든 삶을 고독하고 힘겹게 만드는 건 마찬가지다. 다시금 마음이 자기연민 쪽으로 기운다. 그녀는 그런 마음을 붙잡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 P20

그녀는 환하고 넓은 길과 어둡고 좁은 길 사이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돌아본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못한 상태로 상반된 두 세계의 경계가 된 집. 그녀는 정처없이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 걷는다. 그러면서 어떤 기억을, 어떤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지난날의자신을 상기한다. 떨쳐 내려고 할수록 생각은 끈질기게달라붙고, 그녀는 이런 식으로 과오를 깨우치게 하는 시간의 무자비함을 실감하는 중이다. - P34

음끝없는 의미 찾기.
처그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어요?
Sap상담사였을 때 그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그것이었다. 그렇게 질문하면 정신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던 내담자들은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런 후엔 다급하게 찾아낸 의미들을 더듬거렸다. 그녀가 보기엔 확실하지도, 분명하지도 않은 이유들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대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 의미들이이란 결국 스스로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위해.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러나 자신이 만들어 내지 않는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 진짜 의미와 가짜 의미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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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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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하지 못한 말.
나는 꽃 사진을 다운로드 받아 구글에서 검색해 봤다. 히아신스 꽃말은 미안하다라고도, 사랑이라고도 했다. 라진 샘의히아신스는 무슨 뜻일까? 어쩌면 둘 다인지도 모르겠다. 요라진 샘도 마음을 다쳤을까? 그랬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도 눈에 보이면 좋겠다. 그러면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볼수 있을 텐데. 곪아 가고 있다는 것도, 아물어 가고 있다는 것도 상처는 결국 흉터가 되겠지. 이따금 흉터로 인해 상처의기억이 되살아나겠지만, 그래도 더 이상 아프지는 않겠지.
라진 샘을 만나러 가야겠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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