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희의 솔직함은 사람들에게 흠만 잡힐 경솔함이 아니었다. 솔직 스스로를 낮추는 식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지 않았다. 실수를 해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깨끗하게 사과할 뿐, 자학하듯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았다. 매사에 눈치를 보고 저자세로 일관해온 그녀에게 다희의 그런 태도는 그녀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스스로를 질책하고 과도하게 몰아세우던 자기의 모습을 그리고 이상하게도다희와 함께 있으면 그녀는 자신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95
다희씨 참 웃겨요. 그녀가 말했다.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해요. 너 참 재밌다, 웃긴다. 다희는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소리가 작아지자 목소리 자체가 다르게 들렸다. 그러다가 실망하는 거죠. 전 언제나 사람들의 기대만큼 밝은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아, 너 이런 애였니? 이러고 가버리는 거예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렇게 말하고 다희는 힘없이 웃었다.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잃고 싶지 않으니까 무리를 하게돼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다희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이 그녀의 마음에도 가까이 느껴졌다. 그랬더니 이런 사람도 있었어요. 다희 너는 깊이가 없어, 얕아, 그래서 좀 질려. - P97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원하는지신경썼던 것 같네.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 다른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애썼지. 어린 시절부터 오래도록 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느끼며 자라서인지 나에게는내가 결코 타인에게 호감을 살 수 없는 사람, 멸시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이상한 믿음이 있었거든. 그럴수록 나는 남들에게 더 맞춰줬고 남들이 나를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번 고민했어. 그렇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채로남들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고 남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느라 나의 욕구를 무시했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가장 큰 두려움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실망하는 거였어. 나는 절대로,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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