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바라던 바 - 삶과 책이 있는 위스키 바, 그 잔에 담긴 이야기
정성욱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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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정성욱의 <어쩌면 바라던 바>는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책이다. '바라던 바'라는 말 안에는 오래 마음속에 품어온 삶의 모습이 담겨 있고, 동시에 실제로 저자가 운영하는 위스키 바라는 공간이 함께 들어 있다. 갈색빛 표지 위에 놓인 의자, 위스키 병, 잔, 책, 그리고 은은한 조명은 이 책이 어떤 분위기를 품고 있는지 먼저 보여준다.

건축을 전공하고 설계 사무소에서 일하던 저자는 익숙한 길을 벗어나 세종 특별 자치시에서 위스키바 '산문'을 열었다. 낮에는 글을 쓰고 밤에는 술을 따르며 사람을 만나는 삶. 이 책은 그 선택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현실과 감정을 지나 지금의 공간으로 이어졌는지를 조용히 들려준다.




책은 크게 네 개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바를 열기까지 과정, 다음은 바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술에 대한 생각, 마지막으로는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래서 단순히 '바를 차린 이야기'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과정에 더 가깝게 읽힌다.

정성욱은 건축학을 전공하고 설계 사무소에서 일했지만 오래도록 자신에게 맞는 길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업이 있었지만 퇴근 후 원고를 쓰는 일이 오히려 더 살아있는 시간처럼 느껴졌고, 로컬을 주제로 글을 쓰며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게 되었다.

결국 회사를 다니면서도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바 운영을 배우기 시작했고, 바텐딩 기술부터 손님을 대하는 태도, 조명과 음악까지 하나씩 익혔다. 술을 만드는 일은 겉보기보다 훨씬 섬세했다는 그의 고백도 인상적이다. 셰이킹의 리듬, 얼음의 소리, 계량의 작은 차이가 맛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한 잔의 술 뒤에 얼마나 많은 감각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세종에 바를 열기로 한 이유도 흥미롭다. 저자는 세종이 살기에는 편리하지만 오래 머물며 마음을 둘 공간은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깨끗하고 체계적이지만 저녁이 되면 모두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고, 취향을 나눌 장소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였다가 다시 흩어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가 '산문'이었다.

'산문'이라는 이름에는 저자의 태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 산문은 정해진 운율 없이 자유롭게 이어지는 문장이다. 그는 삶도 그렇다고 말한다.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고 망설임과 우연, 선택과 후회가 함께 쌓여 결국 한편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 그래서 바 역시 완벽하게 꾸며진 공간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대리석 대신 밝은 상판을 두고, 흰 벽을 만들고, 한쪽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자리까지 마련했다. 위스키 바 안에 책이 함께 있다는 설정은 처음엔 낯설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인상적으로 남는다.




첫 손님 이야기 역시 오래 기억된다. 외부 간판도 없이 건물 3층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공간으로 한 손님이 들어와 '올드패션드'를 주문했을 때, 저자는 식은땀이 흐를 만큼 긴장했다고 한다. 준비는 오래 했지만 실제 손님 앞에서는 모든 감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 손님이 한 잔을 마시고 "맛있다"고 말했을 때,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크게 남았을지 충분히 짐작된다. 저자는 그 손님을 산문의 프롤로그를 써 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말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일도 결국 현실이 되면 책임과 체력, 경제적 부담이 따라온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마음을 얼마나 오래 붙을 수 있느냐는 태도라고 한다. 이 부분은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바라는 공간이 가진 역할이다. 저자에게 바는 술을 파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자리다. 혼자 와서 책을 읽는 사람, 긴 말을 하지 않아도 조용히 머무는 사람,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까지.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처럼 등장한다. 익숙한 관계에서 꺼내기 어려운 말이 낯선 공간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도 공감되었다.

읽는 동안 전체 분위기는 화려하다기보다 차분하다. 어른의 속도로 흘러가는 이야기 같고, 들뜨지 않지만 묵직하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좋아하는 것을 삶으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결국 행동하는 사람이 자기 자리를 만든다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어쩌면 이 책은 위스키 바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자리를 조금씩 만들어 가는 사람의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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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힐링 필사 노트 : 마음글벗 - 세계 명언 필사 시니어 힐링 필사 노트
베이직콘텐츠랩 기획 / 베이직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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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몇 달간은 일이 많아 필사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예전처럼 자주 쓰지는 못했지만 필사는 오랫동안 이어온 습관이다. 마음에 남는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거나 좋아하는 책의 일부를 천천히 따라 쓰는 시간은 늘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대부분의 기록을 대신하는 시대라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일은 점점 줄었지만, 문장을 따라 적는 감각만큼은 여전히 다르게 남는다.

베이직북스의 <시니어 힐링 필사 노트 : 마음글벗>을 펼쳤을 때도 가장 먼저 그런 익숙한 감각이 떠올랐다. 종이 위에 펜이 지나가는 소리, 천천히 문장을 따라가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은 오랜만이어도 금세 돌아왔다.




이 책은 시니어를 위한 필사책답게 전체 구성이 편안하다. 글씨 크기가 크고 줄 간격이 넓어서 눈의 부담이 적고, 한 문장 한 문장 따라 쓰기에도 여유가 있다. 나는 글씨를 크게 쓰는 편이라 줄 간격이 좁으면 두 줄에 걸쳐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불편함이 없어서 훨씬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사철제본이라 책이 완전히 펼쳐진다는 점이 좋았다. 필사책은 오래 펼쳐놓고 쓰는 경우가 많다. 가운데가 들뜨거나 손이 걸리면 은근히 집중이 깨지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없다. 뒷장에 눌려 글씨가 밀리는 느낌도 없고 종이도 도톰해서 필기감이 안정적이다. 종이가 얇으면 자국이 남거나 비치기 쉬운데, 이 책은 펜이 매끄럽게 지나간다. 이런 부분은 실제로 써 보면 생각보다 중요하다.

표지도 인상적이다. 차분하고 고상한 분위기가 있어서 책상 위에 두었을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간다. 개인적으로 필사책은 자주 펼쳐야 하기 때문에 내용만큼 겉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 학창 시절, 시와 그림이 들어간 일기장에 매일 글을 쓰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보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예쁜 편지지를 고르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자주 쓰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직접 글을 길게 쓸 일이 거의 없어 그런 기억이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QR 코드였다. 각 장마다 연결된 음악을 들으며 필사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잔잔한 피아노 곡 중심이라 문장을 쓰는 동안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같은 음악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마다 다른 곡이 들어 있어 세심하게 구성했다는 느낌이 든다. 좋은 문장과 음악이 함께 있으니 짧은 시간이어도 집중이 훨씬 잘 된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나뉜다. 배우며 돌보는 삶, 사람 사이의 따뜻함, 자연이 가르쳐 주는 길, 고요 속의 행복, 시간이 말해주는 지혜처럼 제목 자체가 편안하다. 긴 글보다 짧은 명언 중심이라 하루 한 페이지씩 이어가기에도 부담이 없다.

책 앞부분에는 필사에 대한 설명도 담겨 있다. "필사는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를 따라가며 마음에 새기는 공부입니다." 이 문장은 직접 써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읽을 때는 지나쳤던 문장이 손으로 옮기는 동안 훨씬 또렷해진다. 보고, 읽고, 이해하고, 쓰는 과정이 함께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소크라테스의 말이었다.

"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

너무 익숙한 문장이지만 필사하면서 다시 보니 다르게 다가왔다. 나이가 들수록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태도가 오히려 배움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오래 남았다.

키케로의 문장도 좋았다. 책은 인간의 정신을 일깨우는 도구라는 말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늘 새롭게 들린다. 책이 사람을 갑자기 바꾸지는 않더라도 생각의 방향을 조금씩 넓혀 주는 힘은 분명 있다.

공자의 말 역시 필사할 때 더 깊어진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는 문장은 읽고 지나갈 때보다 직접 적을 때 오래 남는다.

최근 시니어를 위한 책들이 다양하게 잘 나오고 있다. 컬러링북, 회상 활동북, 필사책까지 선택 폭이 넓다. 그중에서도 <시니어 힐링 필사 노트 : 마음글벗>은 글씨 크기, 종이 질감, 음악 구성까지 세심해서 연세 있는 분들이 부담 없이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시는 어머니께 이 책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두고 천천히 써 내려가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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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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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너무 예쁘다"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바로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다. 자연 속에서 살아간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아름다운 책으로 담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타샤 튜더는 미국의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간 삶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다. 그녀는 미국 버몬트의 시골 농가에서 정원을 가꾸고 동물을 돌보며, 옷을 만들고 요리를 하며 살아갔다. 마치 현대에 살면서도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 책은 그런 타샤 튜더의 삶을 담은 에세이다. 그뿐 아니라 정원과 집, 동물들과 함께한 일상이 사진과 삽화로 담겨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읽는 책이면서 동시에 바라보는 책이기도 하다.





타샤 튜더는 1915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면서 집안 친구였던 그웬 아줌마와 마이클 아저씨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이곳에서의 경험이 그녀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자연 속에서 농사를 짓고 손으로 많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생활이 어린 타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환경이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그녀는 성인이 된 뒤에도 도시보다 시골 생활을 선택했다. 버몬트의 농가에서 살며 거의 자급자족에 가까운 삶을 이어갔다. 채소와 꽃을 직접 키우고 염소와 닭을 기르며, 옷을 손바느질로 만들고 양초를 만들었다. 집안에서는 장작을 때는 무쇠 스토브로 요리를 하며 생활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현대에 살았던 19세기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타샤 튜더는 그림책 작가로도 큰 명성을 얻었다. 1940년대부터 활동하며 10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다. 그녀의 작품에는 시골 풍경과 아이들, 동물들, 그리고 계절의 변화가 자주 등장한다. 따뜻한 수채화 색감으로 표현된 그 세계는 동화처럼 평온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정원이다. 타샤 투더의 삶을 이야기할 때 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봄이 오면 수선화가 피고, 여름에는 장미와 허브가 가득하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정원의 풍경도 함께 달라진다.





사진 속 정원은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문득 집에 있는 작은 화분 하나라도 조금 더 정성껏 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삶은 멀게 느껴지지만, 작은 식물을 돌보는 일은 지금의 일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사진을 촬영한 '리처드 브라운'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처음에 잡지사의 요청으로 타샤 튜더의 정원을 촬영하러 찾아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친 풍경은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덩굴로 뒤덮인 담장과 오래된 농가, 마당을 돌아다니는 닭과 염소, 빨래가 널린 풍경까지. 마치 19세기 농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문을 두드리자 코기들이 짖으며 달려 나오고, 머리 수건과 긴 드레스를 입은 타샤가 나타났다. 맨발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 옷차림을 "이삭 줍는 사람의 복장" 같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책 속 사진을 보면 그녀의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다. 몸도 마르고 작아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그 아름다움은 꾸밈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흔적처럼 보인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삶을 가꾸며 살아간 타샤 튜더. 그녀의 삶의 기록은 부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난 뒤에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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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략집
한진우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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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집공략'을 운영하며 32만 구독자를 모은 한진우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바로 <돈략집>이다. 제목부터 매우 직설적이다. 말 그대로 돈을 다루는 전략을 정리한 책이라는 뜻이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동기부여나 긍정적인 마음을 강조한다면, 이 책은 훨씬 현실적인 방향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돈이 따라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본주의에서 돈이 움직이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난과 가족의 붕괴를 직접 겪은 경험에서 시작된 그의 이야기는 돈을 바라보는 태도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돈략집>의 핵심은 단순하다. 돈을 벌고 싶다면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돈이 움직이는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하면 결국 보상 받을 것이라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아르바이트와 노동을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경제적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일을 잘해도 시급이나 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경험을 통해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점이었다.

이후 그는 노동의 양보다 구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장 안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결국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방식의 일을 선택했고, 휴대폰 판매 같은 분야에서 직접 부딪히며 방법을 배워 나갔다. 특히 잘하는 사람의 방식을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해 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이미 검증된 방식 위해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책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행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지만 실제로 삶이 바뀔 만큼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이것을 '주사위 던지기'에 비유한다. 원하는 숫자가 나올 때까지 계속 던져야 하는데, 대부분은 몇 번 시도하다가 멈춰 버린다는 것이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시도의 횟수를 늘리고, 동시에 던지는 방식도 계속 바꿔보는 것이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인상적이다. 흔히 꾸준하지 못한 이유를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지만, 저자는 인간이 그렇게 강한 의지력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환경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행동이 달라진다고 본다. 그래서 자신보다 한 단계 앞선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그들의 방식과 사고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보다 돈이 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아하는 일만 붙들고 있다가 현실적인 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그 일 자체도 싫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돈이 되는 일을 통해 기반을 만들고, 이후에 원하는 일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책의 분위기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우주에 빌지 말고 당장 전단지라도 돌려라" 라는 문장은 이 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긍정적인 생각이나 끌어당김의 법칙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말과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결국 결과를 만드는 것은 행동이며, 실패 역시 다음 선택을 위한 데이터라고 설명한다.

<돈략집>은 단번에 인생이 바뀌는 비법을 말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실패를 반복하며 방법을 찾는 과정, 구조를 이해하려는 태도, 그리고 끝까지 행동하는 힘을 강조한다. 그래서 읽다 보면 돈에 대한 관점뿐 아니라 일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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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
김나을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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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겨울 풍경이 그려진 표지인데도 이상하게 봄 같은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이 있다.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는 시골의 작은 디저트 카페 '행복 과자점'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나누며 조금씩 숨을 고르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외할머니의 장례 이후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온 주인공 유운은 낡은 집을 고쳐 과자점을 열고 매일 다른 디저트를 굽기 시작한다.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사연이 모이며 이야기는 천천히 흘러간다. 화려한 사건보다는 하루의 온기와 작은 관계를 그려낸, 말 그대로 '힐링'을 목적으로 한 소설이다.





<오늘도 행복을 구워냅니다>의 중심에는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 유운이 있다. 취직을 위해 공채 시험을 계속 치르며 독서실과 시험장을 오가던 반복적인 삶. 합격에 가까워졌다가도 결국 떨어지는 경험이 쌓이면서 그녀는 점점 숨이 막힐 듯한 압박을 느낀다.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외할머니가 살던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대학 시절 베이킹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기억을 살려 집을 고치고 작은 가게 '행복 과자점'을 열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가게 이름에는 외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할머니는 손녀의 이름에서 '행운'의 의미를 담아 '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행운보다 중요한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유운은 가게 이름을 '행운 과자점'이 아니라 '행복 과자점'으로 정했다. 누군가의 행운보다, 그저 하루가 조금 따뜻해지는 행복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게는 여러 인물들이 드나든다. 공무원 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하다 합격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도영,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다가 귀농해 딸기 농장을 하는 은정 부부, 대학원을 그만두고 커피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는 현서, 그리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윤오까지. 이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지만 행복 과자점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나누며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소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여유롭다. 가게는 북적이지 않지만 아침마다 들르는 단골이 있고, 학교가 끝나면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마을의 할머니들, 귀농한 가족, 동네 친구까지. 주인공의 삶은 이전처럼 치열하지 않지만 오히려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 모습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디저트들이다. 인절미 시폰케이크, 에그타르트, 가나슈, 시나몬 롤 같은 달콤한 음식들이 등장하면서 장면마다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갓 구운 시나몬 롤이 등장하는 장면은 실제로 향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디저트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람들을 이어주는 매개처럼 그려진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조금 천천히 흘러간다는 인상도 있었다. 힐링 소설이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초반부에서 사건이나 갈등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 전개가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등장인물들의 고민이 존재하긴 하지만 극적인 긴장감보다는 잔잔한 일상의 흐름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빠른 전개보다는 분위기와 감정을 천천히 따라가며 읽는 편이 더 어울린다.

읽다 보면 결국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기'를 목표로 달려가지만 정작 마음이 머무를 곳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시험, 취업, 경쟁 속에서 숨이 막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잠시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꼭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서로 안부를 묻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행복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따뜻한 장면들이 떠오른다. 눈 내리는 시골 마을, 조용한 카페같은 과자점,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게 읽히는 힐링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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