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청(金淸) - 치매와의 사투, 그 여정
김애순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몇 달 전, 친구의 시어머님이 치매로 세상을 떠났다. 집에서 끝까지 모시려했지만 결국 요양원으로 모셔야 했고, 그 선택은 마지막까지 가족을 괴롭혔다. "보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장례식에서 친구는 죄책감에 많이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조금씩 흐려가는 기억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치매와 간병에 관한 책을 자주 찾게 된다. <쇠청>도 그런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는 시어머니를 17년 동안 돌본 기록이다. 읽기 전까지는 치매를 단순히 기억이 사라지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의심과 망상, 분노와 충돌이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가족을 의심하고, 설명을 믿지 못하며, 사소한 일로 갈등이 커진다. 실제로 주변에서 들었던 이야기들과 겹치면서 이 병이 얼마나 복잡하고 두려운지 실감하게 된다.

이 책에서 더 크게 다가오는 건 간병자의 시선이다. 환자보다 더 오래, 더 깊게 고통을 겪는 쪽은 돌보는 사람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체력과 감정이 동시에 소모되고, 가족 간 갈등까지 더해진다.

저자 역시 남편과 함께 대부분의 부담을 떠안았고, 다른 가족들은 도움보다 상처를 준 존재로 등장한다.

읽으면서도 화가 나는 장면이 많았던 이유도 그 현실감 때문이었다.

간병은 한 사람의 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가족 전체가 함께 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결국 버티다가 무너지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선택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책에서도 요양 시설에 대한 고민이 반복된다. 가족이 끝까지 책임지고 싶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실제로 치매가 진행되면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 생긴다. 나 역시 친구의 경험을 통해 그 선택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양병원 선택 기준이나 돌봄 가정에서의 주의점 등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까지 함께 담고 있다.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적인 방향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의 제목은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쇠처럼 무겁고 단단한 시간을 지나, 결국 맑아지는 상태. 저자는 그 긴 간병의 시간을 신앙을 통해 버텨냈고, 고통은 하나의 과정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저 기록이 아니라, 고통을 지나며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읽힌다.

치매라는 병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책이 아니다.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의 삶까지 함께 보여주는 기록이다.


#쇠청 #김애순 #바른북스 #치매 #치매간병 #북리뷰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