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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괴담
오카자키 하야토 지음, 민경욱 옮김 / 팩토리나인 / 2026년 3월
평점 :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점은 늘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고르는 동안만큼은 현실의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 그런데 <서점 괴담>은 그 익숙한 공간을 아주 서서히 그리고 집요하게 흔들어 놓는다.
처음에는 그저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묻게 된다. 이건 정말 만들어진 이야기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직 모르는 현실의 단면일까.
오카자키 하야토는 2006년 스무 살의 나이에 데뷔작으로 메피스토 상을 받으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긴 공백기를 거쳤다. 그리고 약 18년 만에 다시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들 앞에 돌아왔다. 이 이력은 <서점 괴담>의 구조와도 묘하게 겹친다.
작품 속에서도 그는 작가로 등장해 서점에서 수집한 괴담을 엮어 나가고, 그 과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덕분에 독자는 이야기를 읽는다기보다, 어떤 기록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따라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야기는 슬럼프에 빠진 작가가 '서점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전국 각지의 서점 직원들이 보내온 제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담겨 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책, 존재하지 않은 직원을 찾는 손님,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기척.
처음에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던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흩어져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미묘한 반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계속해서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의 존재가 있다.

초반부는 강한 자극보다는 현실에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을 법한 미묘한 이상함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몰입이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중반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하고, 실종과 죽음, 설명되지 않은 현상들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흐름이 또렷해진다. 특히 편집자와 주변 인물들이 점점 변해 가는 모습은 익숙한 괴담의 틀을 넘어선 불안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공포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다. '링'처럼 명확한 규칙이나 직접적인 위협을 내세우기보다, 기록과 증언을 쌓아 올리며 불안을 키워간다.
그래서 있는 동안 점점 불편해지고, 후반부에 이르러 그 감정이 응축된다. 특히 드러나는 진실은 초자연적인 공포에 머물지 않고 인간에 대한 감정까지 건드린다.
이런 방식은 최근 일본 호러 소설의 흐름과도 닿아 있다. 직접적으로 공포를 드러내기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기록과 구조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불안을 느끼게 하는 방식. <서점 괴담>은 그 흐름 속에서 꽤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아쉬운 지점이 있다면 초반의 호흡이다. 개인적으로는 모큐멘터리 형식이 주는 현실감이 잘 살아 있으면서도, 이야기 속도가 다소 느리게 느껴졌다. 다만 그 구간을 지나고 나면 앞서 흘려보낸 장면들이 다시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 구조는 하나의 설계처럼 보인다.
읽고나면 서점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조용하고 평온하다고 믿었던 공간에, 설명되지 않은 틈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그 틈을 만들어 낸 것이 결국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감각이 오래 남는다.
어쩌면 이 작품이 남기는 것은 공포보다도, 오래 남는 의심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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