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텔레패스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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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한 결을 가진 호러를 좋아한다. 끝없이 유령에게 쫓기기만 하는 이야기보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따라가게 만드는 작품이 더 기억에 남는다. <심연의 텔레패스>도 그런 이유로 선택한 책이었다.

귀신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방식보다,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어떤 조건에서 반복되는지, 또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끝까지 좇아가는 구조가 흥미롭다. 일본 호러 특유의 눅눅한 긴장은 유지되는데, 그 안에서 추리처럼 원인을 짚어 가는 흐름이 이어져 읽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책을 볼 때 가장 먼저 표지를 보는 편인데, 이 작품은 문 앞에 선 인물과 바닥에 번진 물기,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공간만으로도 이미 이야기의 방향을 먼저 보여주고 있었다.


가미조 가즈키는 일본 호러 문학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알려져 있고, 이 작품은 데뷔작부터 강한 반응을 얻었다. 시작은 의외로 평범하다. 회사 일 외에는 거의 관심 없이 살아온 영업부장 카렌이 부하 직원의 권유로 괴담 행사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등장한 여성에게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은 뒤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된다.

밤이 되면 뭔가가 바닥을 끌며 걷는 듯한 철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눅눅하고 비릿한 냄새가 따라온다. 처음에는 집 문제인가 싶어 점검도 하고 전문가도 불러보지만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러다 이 현상이 어두운 곳에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을 켜면 조용해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집안을 환하게 만들어 두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작품은 곧 생각보다 어둠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옷장 안, 서랍 속, 방문 틈, 방 한쪽 구석처럼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던 작은 공간마다 어둠이 남아 있고, 그곳마다 다시 같은 소리가 시작된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통은 불을 켜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일상적인 공간 안에 남아 있는 작은 어둠까지 공포의 통로로 만든다. 그래서 익숙한 집안이 갑자기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결국 카렌은 스탠드까지 총동원해 집안을 밝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빛이 하나씩 꺼지고 어둠이 다시 만들어진다. 그 순간 철퍽 거리는 소리가 더 가까워지는데, 처음에는 이 정도면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점점 압박감이 커진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이 현상이 카렌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리고, 옆에 있던 동료 역시 냄새를 맡고 반응한다.

혼자만 듣는 환청이나 착각으로 설명할 수 없게 되면서 공포의 결이 달라진다. 보통 저주나 괴이는 당사자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주변 사람도 같은 현상을 감지한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중반 이후부터는 하루코라는 인물이 중심으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카렌이 이야기의 중심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진행될수록 하루코가 이 세계를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이상 현상을 찾아다니고, 필요하면 주변 사람들을 모아 조사를 이어간다. 경찰 출신 구라모토, 특수한 감각을 지닌 인물들까지 합류하면서 사건은 점점 체계를 갖춘다.

눈에 들어온 것은 이들이 현상을 대하는 태도다. 영적인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어떤 조건에서 반복되는지, 인간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계속 확인한다. 작품 안에서 초심리학이 중요한 축으로 작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자연 현상을 무조건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해명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일본 호러이면서도 있는 감각이 조금 다르다. 설명 없이 불안만 남기는 쪽보다 사건의 원인을 따라가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분명하다. 물론 끝까지 모든 것이 완전히 정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접근하려는 과정이 있다.

후반부는 장면 전환이 빠르고 거의 영화처럼 읽힌다. 불이 꺼지는 순간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현상을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영상이 떠오른다. 그래서 읽는 동안 영화로 만들어지면 꽤 긴장감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으로는 갑자기 놀라게 하기보다 조금씩 조여오는 심리적 압박이 중심인 작품이었다. 공포와 함께 구조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어서, 이유 없는 공포보다 과정이 있는 일본 호러를 좋아한다면 꽤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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