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 불안을 설렘으로 바꾼, 두 사람의 인생 반전 스토리
고우서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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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삶이 벅차고 불안할 때, 우리는 종종 떠남을 꿈꾼다. 하지만 떠남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현실을 직면한 선택일 때 더 큰 울림을 준다. 고우서 작가의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는 가진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었던 부부의 세계 여행 기록이다.

유튜브 <쑈따리> 채널을 통해 이미 많은 팬들과 소통해 온 저자가 글로 남긴 이 여정은, 현실의 불안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찾고 싶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고우서 부부의 첫 여행지는 러시아였다. 춥고 말이 통하지 않으며 낯선 곳. 하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공간이었다. 책은 여행지를 멋지게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스쳐간 친절, 말없이 건네받은 도움 같은 장면을 오래 붙잡는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얼굴이다. 어디를 갔는지가 아니라 누구를 만났는지가 남는다.

책 제목에 들어있는 '가난'은 이 책에서 결핍의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다. 돈이 부족해지자 오히려 하루를 느끼는 감각이 또렷해졌다고 말한다. 작은 친절 하나의 마음이 흔들리고,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들. 물질이 줄어든 자리에서 감각이 살아난다. 그 과정이 미화되지 않아서 더 설득력 있다.





부부 여행기지만 감정 과잉의 로맨스는 없다. 대신 함께 견디는 시간, 불안 앞에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태도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여행은 두 사람을 더 사랑하게 만들었다기보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의 관계 서사는 현실적이다.

튀르기예에서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들으며 느낀 미안함. 인도에서 마주한 혼돈과 불편함, 바라나시에서 경험한 삶과 죽음의 공존은 이 책의 무게를 더한다. 특히 바라나시 장면에서는 한 도시를 하나의 감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통과 생기가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 앞에서, 삶을 쉽게 판단하지 않게 된다.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러 저자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것은 의외로 평범한 일상이었다. 익숙한 언어, 늘 가던 식당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을 때 더 분명해진다는 말이 오래 남는다. 이 책은 여행을 부추기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것 중 나를 묶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는 떠난 이야기이면서, 결국 돌아오기 위해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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