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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하는 습관
시라하마 류타로 지음, 김성혁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10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한 문장은 "수면은 오늘의 피로를 덜어내고 내일 활력 있게 살아가기 위한 투자"라는 정의였다. 나는 늘 잠을 '줄여도 되는 영역'으로 취급해 왔다. 퇴근하고 나면 해보고 싶은 일들이 밀려 있는데, 그 시간이 짧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을 가장 먼저 희생시켰다. 하지만 그 결과는 뻔했다.
다음 날은 몸이 무겁고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잠이 곧 회복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금만 더 버티자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것이다.
저자는 수면 장애 환자 2만여 명을 진료해 온 수면 전문의답게, '잠이 안 오는 이유'를 단순히 의지나 기본의 문제로 설명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다"는 비유가 크게 와닿았다.

자동차가 갑자기 정지할 수 없듯, 몸도 '잠들 준비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깊은 잠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비행기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착륙하듯, 우리 몸 역시 단계적인 진정 시간(윈드라운)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지금의 내 생활 패턴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책에서는 숙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잠든 직후 첫 4시간을 강조한다.
깊은 수면(논램 3단계)이 주로 이 시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 4시간 동안 충분한 심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총 수면 시간이 길어도 아침에 개운함을 느끼기 어렵다고 한다. 나처럼 새벽 늦게 잠들고 얕은 잠을 반복하는 사람에겐 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흥미로웠던 내용 중 하나는 생체 리듬(서카디안 리듬)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후 2시와 새벽 2시쯤 가장 졸리도록 설계된 리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오전 10시 ~ 점심 오후 6시 ~ 10시는 '각성 유지대'로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내가 책 읽기에 몰입하다 새벽 2시를 넘겨 잠드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시간대 자체가 이미 리듬을 어긋나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또 하나 크게 배운 점은 '밀린 잠을 주말에 보상'하는 방식의 위험성이다. 보통 일요일 아침에는 피곤함을 이유로 늦잠을 자곤 했는데, 평일과 2시간 이상 차이 나는 기상 시간은 생체 리듬을 심하게 흐트러뜨린다고 한다. 월요일이 유난히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책에서는 잠을 못 잔 날에는 다음날 1시간 정도만 추가 수면을 권한다. 즉 하루 단위로 리듬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면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신체 신호들도 책을 통해 더 명확히 이해됐다. 판단력이 저하되어 책상 서류 정리가 안 되는 이유, 피곤할 때 다리를 떨거나 얼음을 심는 행동 등은 단순 습관이 아니라 뇌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신호라고 한다. 최근 들어 사소한 것도 잘 잊어버리고, 기분이 예민해지는 경험이 많았는데, 그 모든 게 장기적인 수면 부족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수면과 치매의 연관성이었다.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수면 중 림프계 작용으로 배출되는데,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이 물질이 축적되어 장기적으로 기억 기능을 해칠 수 있다고 한다. '어제 공부한 내용이 아침에 하나도 기억나지 않은 경험'이 떠올라 숙면의 중요성을 경험했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스로의 수면 상태를 점검하는 체크 리스트부터 기본 습관, 생체 리듬 조절법, 잠들기 전 루틴 만들기까지 매우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잠을 잘 자는 사람이 일상을 더 잘 산다'는 메시지는 피로를 무시하고 버텨온 내 생활을 정면으로 흔들었다.
<숙면하는 습관>은 숙면팁을 모아둔 책이 아니라 '왜 잠이 필요한가'라는 본질을 다시 묻는 책이다. 이제는 억지로 잠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숙면을 위한 일상 자체를 다듬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오늘도 잠을 줄여 가며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꽤 강력한 경고이자 설득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일 더 나은 나"를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