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도, 궂은 날도 모여 인생이 꽃 피리 - 마음에 쓰는 에세이 필사 노트
오유선 지음 / 베이직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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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오유선 작가의 <맑은 날도, 궂은 날도 모여 인생이 꽃피리>는 세월을 함께 걸어온 작가가 전하는 삶의 기록이다. 방송 작가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어온 이력이 있어서인지, 글에는 오랜 관찰 끝에 얻은 통찰이 스며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한 편의 에세이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문장을 따라 쓰며 곱씹을 수 있는 '에세이 + 필사노트'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은 총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평범해 보이는 하루가 사실은 기회를 품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2장은 관계에 대한 기록이 중심이다. 마음을 다해도 뜻대로 흐르지 않는 감정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어려운 진심과 거리감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나이 듦과 인생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두려워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저자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4장에서는 상처와 실패, 외로움 속에서도 다시 살아가는 힘을 전한다. 쓰러질 듯한 순간에도 우리는 일어나 걷는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은 '어제와 비슷한 날은 있어도 완전히 같은 날은 없다'는 문장이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는 어제가 오늘과 같고, 오늘이 어제와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길을 걷고, 비슷한 음식을 먹지만 결국 단 하루도 똑같이 흘러간 적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지낸다. 저자의 이 말은 그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고개가 끄덕여진다.

'계절을 입으로 느낀다'고 말한 [호사를 누리는 법] 이라는 글도 좋았다. "봄에는 취나물, 여름에는 가지, 가을에는 고추, 겨울에는 시래기. 흘러가는 계절을 밥상에 담아 다시 꺼내 보는 삶." 과하게 꾸미지 않아도 충분한 생활의 풍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진심이어서 상처받는다]는 글에서는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쏟아도 같은 크기로 돌아오지 않을 때의 서운함. 특히 가족에게 더 예민해지는 마음을 저자는 짧지만 핵심적으로 설명한다. 마음이 깊어서도 흔들리고, 사랑해서 더 서럽다는 단순한 진실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저자의 글을 날카로운 면을 부드럽게 감싸는 힘이있다. 인생 후반부의 시선에서 담아낸 문장들이지만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라도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수록 속도가 느려진다. 문장을 따라서 쓰는 필사 페이지가 자연스럽게 마음의 속도를 맞춰주기도 한다.

책을 읽고 난 뒤, 나도 모르게 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보게 되었고, 낙엽 하나도 이전보다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가을의 빛깔이 이렇게 또렷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을가 싶을 만큼 마음이 열린 상태가 되었다. 아마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바쁜 하루를 잠시 멈추고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라는 것.

<맑은 날도, 궂은 날도 모여 인생이 꽃피리>는 그런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어느 순간 마음이 조금 지쳤거나 내 삶의 방향을 잠시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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