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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봬도 말짱해 - Quirky Yet Fine, 콩트
박정용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5년 5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쓴 글입니다.

박정용 작가의 <이래봬도 말짱해>는 유머와 반전, 그리고 해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인생 콩트집이다. 저자는 치과 의사이지만, 책 속에서 치과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이 가득하다.
와인, 맥주, 막걸리, 테킬라까지 -
그의 술 이야기는 정보 전달을 넘어 철학적 고찰처럼 느껴진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내 안에서 일어는 물리법칙', '대믈리에의 출장', '이거 그대로 한 잔 쭉 들이켜 봐'.
제목만 봐도 유쾌함이 묻어난다.

특히 '대믈리에'라는 별칭은 소믈리에보다 한 단계 높은 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양조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영향으로 술에 대한 감각이 남다른 그는, 술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와 인생의 일부로 풀어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는 초등학교생활 기록부를 다시 확인한 이야기다.
'두뇌 명석하고 이지적'이라는 평가에 기뻐했지만, 해상도 낮은 문서 탓에 실제로는 '두뇌 명석하나 이기적' 이었다는 반전. 이처럼 일상의 실수와 착각을 유쾌하게 풀어 내는 저자의 글은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자아낸다.

술과 음식의 조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테킬라와 김치찌개, 감자탕, 젓갈의 조화라니!
강렬한 맛을 지닌 음식일수록 테킬라의 존재감이 빛난다는 그의 설명은,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나에게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멕시코 출장 중 테킬라를 병째 마시는 현지인들과의 일화는 그들의 자부심과 문화적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반부에는 와인의 숙성과 저장에 좋은 와인의 기준 등 전문적인 내용도 담겨있다. 하지만 어렵지 않다. 저자의 설명은 마치 친구에게 듣는 듯 편안하고 직관적이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의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한 잔 따라볼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래봬도 말짱해>는 실수도 인생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쾌한 실수, 술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연륜에서 묻어나는 깊이.
이 책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웃고 쉬어 갈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실수 좀 하면 어때? 이래봬도 괜찮다. 그 말이 오늘따라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