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투 모링가 1 - 뱅커스 뱅크와 사라진 마지막 층
제이롬 지음 / 제이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글입니다.



눈동자 색깔 하나로 삶의 계절과 계급이 결정되는 세계. 제이롬 작가의 <투 모링가 1>은 해리포터처럼 치밀하게 구축된 판타지 세계관 속에서, 금융과 자본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특한 소설이다.

핏빛 눈동자 플라밍고는 여름 바다에서 붉은 다이아몬드를, 금빛 눈동자 메리 골드는 봄바다에서 금괴를, 은빛 눈동자 아발론는 가을바다에서 은구슬을, 그리고 검은 눈동자 모링가는 겨울바다에서 검은 유리 동전을 노동의 대가로 받는다.

이처럼 눈동자 색에 따라 도시와 계절, 화폐 가치가 결정되며, 환율은 곧 빈부 격차로 이어진다. 죽은 자들이 빛을 밝히는 도시 '그림자 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처음 <투 모링가 1>을 펼쳤을 때 이야기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공기'였다. 이 소설에는 어떤 냄새가 있다. 오래된 도시에 축축한 골목,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식물의 향 같은 것. 제이롬의 문장은 그 공기를 아주 느리게, 그러나 깊게 흡수시킨다. 그저 세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의 온도와 냄새까지 전달한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눈동자 색깔로 계급과 계절이 나뉘는 세계. 가장 낮은 계급인 검은 눈동자의 모링가들은 겨울바다에 살며, 노동의 대가로 검은 유리 동전을 받는다. 주인공 에밀레는 메리 골드 출신 어머니와 모링가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검은 눈동자를 타고난 순간부터 차별과 절망의 삶을 살아간다.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탈출구는 '모노센더'라는 시험. 겨울바다 시민에게 평생 단 두 번만 주어지는 이 토너먼트에서 단 1명의 합격자만이 상위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

에밀레는 이 시험에 모든 것을 걸지만, 첫 번째 실패 이후 어머니는 그녀의 눈을 뽑으려 하고, 두 번째 실패 시에는 새 오빠 뤼오의 금빛 눈을 이식하려는 계획까지 세운다. 이 잔혹한 설정은 꽤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 소설이 진짜 힘은, 에밀레가 뤼오를 만나면서 인간성과 도덕을 깨닫는 과정에 있다. 살아남기 위에서는, 남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온 그녀가, 뤼오의 따뜻함을 통해 처음으로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시험 당일, 자신이 뤼오의 눈을 노렸던 사실이 드러나고, 결국 뤼오는 에밀레 대신 합격자가 되어 떠난다. 에밀레는 금빛 눈을 이식받아 포 시그마가 되지만, 그녀가 얻은 성공은 허탈감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후 모노센더 연쇄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에밀레는 뱅커스 뱅크에 입사해 실종자들의 그림자를 추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유리로 만든 지폐를 역으로 성립하는 명제와 함께 외우면 주문이 이루어진다'는 설정은 금융과 마법을 절묘하게 결합시킨다. 돈이라는 매개체가 어떻게 자본시장을 움직이는지, 정의와 모순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판타지로 풀어낸 이 작품은 어린 독자에게도 금융의 본질을 흥미롭게 전한다.

<투 모링가1>은 장편의 첫 시작답게 세계관 설명이 많아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탄탄한 설정과 철학적 질문이 돋보인다. "우리는 무엇을 궁금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독자의 사고를 유도하는 방식은 이 책을 가장 큰 매력이다. 어둡지만 강렬한 세계, 그리고 그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에밀레의 여정은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