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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고전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 이제야 고전으로 새로이 정의되는 듯한 소설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 1920년대 미국의 경제호황과 양차대전, 급격히 변하는 가치관 속 ‘이혼녀’의 삶을 다루는 만큼 현대의 관점에서도 파격적이고 진보적이다.
주인공 패트리샤는 순수하게 사랑했던 남편 피터와 이혼한 후 커리어우먼으로서 뉴욕의 향락을 즐기며 살아간다. 겉으로는 화려한 그 삶 이면에는 깊은 슬픔과 내적 갈등, 찰나의 행복과 불행이 도사린다. 자극적인 키워드로 풀어낸 이야기지만, 이 소설은 자전적인 요소가 있는 만큼 그녀의 성장 서사로도 읽힌다.
추파를 던지는 수많은 남자 중 패트리샤가 기댈 수 있었던 이들. 불행과 자유가 혼잡하게 뒤섞인 이혼의 과정에 내내 패트리샤를 지탱해 준 여성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자신. 온전히 알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그 여성에게 패트리샤가 정중히 고개 숙이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읽는 내내 패트리샤의 감정에 지나치게 이입되어서 마음이 힘들다가도, 사건이 어떻게 펼쳐질지 몰라 그녀만큼이나 불안해하며 계속해 읽어 나가게 된다. 그만큼 완성도도 뛰어나고 꽉 닫힌 해피엔딩이 아님에도 결말에 이르러 모든 게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첫눈에 정이 가는 인물이 아닌데도 작가가 그 인물의 내면을 풀어내는 방식에 속절없이 매료되는 과정을 사랑하는데, 딱 그 기분을 느끼게 해준 소설. 특히 여성이라면 꼭 한번쯤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품이 고전이라면, 당대의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면밀히 고찰한 작품 역시 고전에 걸맞지 않나 생각한다. 엑스와이프는 후자의 관점에서 어느 모로 보나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작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