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없는 밤
전지나 지음 / 거의동그라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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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밤,
따뜻하게 옷을 껴입은 한 아이가 있습니다
어느 날 밤, 아이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문밖이 환하게 밝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집 안에는 엄마가 없습니다.
아이는 옷을 챙겨 입고
엄마를 찾아 밖으로 나섭니다.

밖은 조용하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조금 무서웠지만 아이는 앞으로 걸어갑니다.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새들이 있었습니다.
왠지 그 새들이 아이를 지켜주는 것 같았어요

뾰족한 나무가지가 쌓인 길도 지나고
미끄러운 언덕길도 지나고
무서운 차길도 지나고
낯선 골목길도 지나갑니다.

상자 안에서 작은 고양이를 만나기도 합니다.

엄마를 찾아가는 길에는
작은 일들과 큰 일들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어린 아이는
씩씩하게 계속 걸어갑니다.

그리고 결국
좋아하는 치킨집에서 엄마를 발견합니다.

엄마는 그곳에서
정말 신나고 즐거워 보였습니다.

마치 아이가 놀이동산에 갔을 때처럼요.

아이의 마음은 조금 복잡했습니다.

누군가 나를 발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이는 엄마의 우산을 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잠이 듭니다.

책을 덮고 나서
마음이 조금 먹먹해졌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 모습보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저는 가끔 아이들을 재워놓고 잠깐 밖에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치킨을 먹으러 가기도 했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
그 한두 시간이 정말 꿀 같은 시간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 아이들도
잠에서 깨어났을 때
“엄마는 어디 갔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을까.

치킨집에서 엄마를 바라보던 아이의 모습은
어쩐지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깜깜한 밤을
혼자 걸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새들이 함께 있었고
하얀 수호신 같은 존재들이 함께 있었고
작은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그 밤을 지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낮에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업을 했습니다.
주제는 ‘무서움’이었습니다.

귀신의 집,
깜깜한 밤길,
무서운 유령 이야기…

아이들은 저마다의 무서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마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뒷표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아이,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는 어른,
그 모두를 보듬는 존재에 대한 상상.”

아마도 저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는 어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은 것 같습니다.
아무 일 없는 밤.
하지만 사실은
아이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밤.

그래서 이 그림책은
조용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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