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걷다 - 르퓌 순례길에서 만난 생의 인문학
이재형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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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었다. 프랑스에서 시작해서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순례길은 장장 728km에 달한다. 그 순례길을 가기 위해서는 인내와 노력, 결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와 달리 이 책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르퓌 순례길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를 걷다
문예출판사

 르퓌 순례길은 비아 포덴시스라고 이야기 한다. 프랑스의 4개의 순례길 중에서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길로 약 750km에 달한다. 르퓌 순례길에는 볼만한 문화유산이 많고 풍경도 다양하다. 또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순례자에게 매우 편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르퓌 순례길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일화 등을 만날 수 있다. 몇 번이나 순례길에 올랐던 작가가 자신이 느꼈던 생각을 생과 연관지어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세상의 모든 길을 또다른 삶의 현장이다. 순례자는 길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또다른 삶의 순간을 산다." 이 글귀는 작가가 말하는 '새로 태어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막연하게 프랑스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을 통해 달라졌다. 역사와 문화, 정치, 종교는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고, 그 연관성에 흥미를 일으켰다. 어느 나라든 순탄치 않은 역사를 지녔기에 그것을 극복하고 현재 존재한다. 프랑스 역시 그런 역사를 통해 순례길을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순례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풍경과 역사적 상징물들을 사진으로 담아 좀 더 생동감을 더한다. 순례길을 단순히 걷기를 위한 것이 아닌 비움, 평온, 인내 등 많은 것들을 우리에게 남긴다. 혼자서 시작하는 길이지만, 길 위에서 만나는 다양한 군상들과 같이 호흡하며 관계를 맺게 되는 특별함이 있는 듯하다.


인간은 모순과 역설에 가득찬 불완전한 존재다. 우리는 <브로크 백마운틴>을 쓴 애니프루의 말처럼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카프카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그 누구도 도덕이나 종교의 이름으로 타인을 규정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진실이다.


이런 불완전한 인간이 순례길에서는 상호도움, 배려, 공생의 가치, 나눔등을 배움으로써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급격한 현대사회에서의 빠름을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순례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언젠가 여행이 가능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순례길을 걸으며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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