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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읽고 말하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전화윤 옮김 / 현암사 / 2026년 7월
평점 :
ㅣ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평균 나이 85세, 무려 20년간 이어온 초고령 독서모임이 바로 이곳에서 열리고 있어요. 바로 오타루의 낡은 카페 시트론에서 말이죠. 독서 모임은 매달 한 번 열리며 여섯 명의 노인이 이곳에 함께 하는데요. 최고령 참여자는 92세, 최연소 멤버도 78세인, 평균 나이 85세의 이 독서 모임의 이름은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이랍니다.
언덕 중간에서 책을 읽는 모임의 회원은 결성 당시부터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88세의 회장 오쓰키 가쓰미를 필두로 전 중학교 교사인 부회장 86세의 실바니아와 컴퓨터를 쓸 줄 안다는 이유로 독서모임의 회계를 맡고 있는 82세의 맘마와 전직 중학교 교사이며 실바니아와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86세 나비넥타이, 모임의 최고령자이며 아키노리라는 아들이 있는 92세의 마차에 씨, 마차에 씨의 남편이며 부부 동반으로 가입한 얏쿤 가입 전까지 최연소 회원이었던 78세의 신짱과 최연소 회원이며 소설가지만 어떤 연유로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는 카페 시트론의 점장인 얏쿤, 거기에 카페 시트론의 사장이자 전 점장인 얏쿤의 고모인 미치루까지 총 여덟 명의 회원이 이 독서모임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무려 20년간 이들은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나누는데요. 나이가 나이인지라 모두 지병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고, 나이가 들면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더니 ㅋㅋ 서로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연신 쏟아내기에 이 모임은 언제나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늘 엉뚱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또 다음달이 되면 어김없이 이들은 이곳에 모여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지요.
이 시트린 카페의 주인장인 야스다는 올해 28세의 청년이지만 우연히 이 모임에 들어 왔다가 명예고문과 서기 거기에 20주년 행사까지 맡게 되는데요. 28세의 청년인 얏쿤 즉, 야스다 마쓰오가 노인들의 모임에 함께 했을 때는 당연히 낯설어 하기도 하고 그 속에 온전히 공감을 하기는 힘들었을텐데요.
노인들의 이야기는 가늘게 늘어진 실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그런 모습들이 답답하기도 하겠고요. 중간중간 말이 다른 방향으로 새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며, 같은 이야기를 또 하게 되는 반복은 여전히 지속되고요. 하지만 어느새 그런 시간들이 야스다에게 조금씩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하는데요. 천천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그도 변화하게 됩니다.
그들은 책 속 한 장면에 그저 멈춰서 오랫동안 머물려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한 권의 책 속에서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는데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살아온 인생 만큼이나 깊고 연륜있는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하는 것을 보며 야스다도 그러하겠지만 저 역시도 가끔은 너무 엉뚱하게도 흘러가지만 독서모임에 천천히 녹아들게 되더라고요. 워낙 초고령의 노인들이다 보니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을지도 모르는데요.
다음달에 만나자는 기약을 하며 헤어질 수 있는 이런 모임이 그들에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 되고 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고 다음달이 되어서 비록 만나지 못하는 이가 생기더라도 그를 그곳에서 다시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그 시간들이 소중한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책을 읽는 행위가 어느새 서로의 대화 속의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또 그 이야기는 각자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데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각자의 개인마다 다른 속도가 있고 호흡이 있고요. 또 생각이나 가치가 다르기에 서로 느끼는 것도 너무나도 다르기도 하고요. 그러다 또 어떤 것들은 서로 똑같이 공감을 하게도 되는데요. 누군가와 책을 함께 읽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고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 책을 읽으며 독서 모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속도감이 없어도 천천히 그들의 시간에 함께 따라가도 이렇게 마음 한켠에 깊이 새겨지는 책을 정말 오랜만에 읽어본 것 같은데요.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읽어도 좋은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