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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 부조리에 대한 시론 ㅣ 현대지성 클래식 66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평점 :
ㅣ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현대지성 클래식 66번째 책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인데요. 국내 유일의 명화 수록 완역본으로 구성되어 본문 속 다양한 명화와 함께 작품을 읽을 수 있게 하는데요. 특히나 이번 책 속에는 카뮈가 남긴 공식 해설 1995년 미국판 서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는 자살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핵심 주제는 바로 삶에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 묻는 것은 정당하고도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자살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역시도 매우 정당한 일이라고 밝히고 있는데요. 카뮈는 이 문제에 깔린 일반적인 역설, 그 역설을 통해 드러나는 대답은 설령, 우리가 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자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서문에서도 밝히듯 카뮈는 허무주의 세계 속에서도 허무주의를 넘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있음을 단언하고 있으며 그런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고 말하는데요. 자신의 철학적 논고를 더하여 씌여진 이 철학 에세이를 통해 그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에 대한 통찰을 밝히고 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의 논조는 상당히 직설적이며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데요. 사실 책의 내용이 쉽지는 않다 보니 속도감 있게 읽어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좀 더 깊이 있게 하 페이지를 읽으면서 굉장히 자세하게 구성된 각주를 참고하면서 카뮈가 말하고자 하는 철학적 주제들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을 깊이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시지프 신화의 구성은 4개의 주제들로 나뉘어 있으며 마지막은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에 나타난 희망과 부조리라는 내용을 담은 부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시작은 부조리한 추론으로 시작하여 부조리한 인간, 부조리한 창조, 시지프 신화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부조리한 추론에서는 부조리와 자살, 부조리한 벽돌, 철학적 자살, 부조리한 자유로 나누며 그 안에서 여러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조리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진실로 중요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 자살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일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질문에 답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자살이라는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저 역시도 카뮈가 이야기하고 있는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더라고요.
사실 제 주변에서도 종종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이 그저 나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라고 생각하기 힘들거든요. 그 역시도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통해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그가 얼마나 깊이 성찰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인간이 살아가는 이 사회의 부조리 앞에 인간들이 선택하는 자살이라는 방식을 알베르 카뮈는 부정하고 있는데, 자살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는데, 가장 명백해 보이는 이유가 가장 진정한 이유는 아니며 심오한 성찰 끝에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대개는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위기의 발단이 된다고 하는데요.
자살은 하나의 고백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삶을 감당할 수 없음을, 삶을 이해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행위이며, 바로 그것은 굳이 살 만한 가치가 없음을 고백하는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시지프 신화 속에서 밝히는 시론의 주제는 바로 부조리와 자살 사이의 관계를 밝히고, 자살이 부조리에 대해 어느정도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데 있다고 말하는데요. 부조리한 인간에서는 부조리를 인식한 인간이 바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는지를 알아가는데 인간의 어떠한 점들이 부조리한 부분인지, 부조리한 인간은 어떤 특징들을 갖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조리한 창조에서는 인간이 창작을 통해 부조리한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 바로 그리스의 신화인 시지프 신화를 통해 부조리한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대비하여 설명하고 있는데요. 시지프라는 신화 속 인물은 바로 신들을 속인 죄로 거대한 바위를 산 정상까지 올리는 형벌은 받는데 정상까지 바위를 올리고 다시 굴러 떨어져도 그것을 다시 정상으로 올리는, 어떻게 보면 정말 끝없이 반복되는 불가항력적인 운명 속에서 그것을 벗어나려는 감정 조차 없이 그저 반복되는 행위를 하는 시지프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오로지 인간의 고통 만큼 깊은 신화, 그 고통처럼 끝날 줄 모르는 신화 속에서 그러한 인간의 부조리함을 엿보는데요.
무용하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을 없으리라고 생각한 신들의 견해는 틀리지 않았지만 알베르 카뮈는 시지프를 부조리의 영웅이라고 말하며 그의 고통 뿐만 아니라 열정에 비추어서도 그는 부조리의 영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운명은 그의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바위가 다시 굴러덜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지프는 신들을 부정하고 바위를 들어 올리려는 고차원적인 성실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안에서 바로 반항적인 인간, 부조리를 받아들이면서도 굴복하지 않으려는 인간을 나타내고 있기에 산정을 향한 투쟁 그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며 그렇기에 행복한 시지프를 상상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참으로 어려운, 쉬이 이해되지 않는 철학적 고찰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으로 자세하게 들어가 보면 바로 알베르 카뮈는 이 시지프 신화를 통해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존재의 의미와 삶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절망하거나 부정하기 보다 부조리와 맞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시지프가 그러하였듯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삶을 선택하는 것이 용감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시지프 신화의 표지 속 담긴 명화는 바로 에드바르 뭉크의 태양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이 작품을 표지로 선택한 것 역시 카뮈가 그리고 있는 그러한 역설적인 의미를 동시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