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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님, 안녕! ㅣ 산하어린이 161
유순하 지음, 이혜주 그림 / 산하 / 2016년 10월
평점 :
연두색 바탕에 파랑빛으로 스케치 된 고양이는 윙크를 하면서 '쉿!'하고 앞발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모습이 익살스러우면서 비밀스런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제목 고양이님,안녕'이란 말에서 고양이님은 어떤 걸 의미하는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은 '고양이님'이라는 어른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해수와 별수라는 초등학교 6학년,4학년인 아이들이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수와 별수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그것에 대해 동시를 쓰고 편지를 쓰는 고양이님의 정체가 무척 궁금해 하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한다.
그러면서 책 속에서는 동시, 독서일기 등 다른 장르도 함께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보통은 동시만을 다루거나 독서일기만을 다루는데 '고양이님'이 블로그에 올린 다양한 글들을 통해 주인공 해수와 별수는 위안을 받고 여러가지 책에 대한 소개를 받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듬뿍 느끼기도 한다. 특히 독서일기는 오랫동안 좋은 아동문학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어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고양이님이 적은 독서일기에 읽어보지 않은 책이 있다면 대부분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독서일기답게 책의 간단한 줄거리와 느낀점이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동시에서는 여러가지 의성어, 의태어를 이용하면서 해수, 별수의 상황과 딱 어울리는 글들이 적혀있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고양이님의 동시를 보면서 마음을 들킨듯한 기분이 들어 공감을 하게 되었고 동시는 맛으로 읽는거라는 조언도 받으며 한편으로는 누군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하였다.
속지에서 고양이님의 블로그나 해수 별수의 블로그는 책 테두리를 마치 컴퓨터에서 작업한 블로그인 듯 아기자기하게 꾸며주고 있고 고양이님과 해수,달수간의 질문, 답글 등은 글은 마치 문자를 주고 받는 듯 글에 테두리를 더해 꾸며 놓아서 책 읽는데 있어 소소한 재미를 부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해수와 별수는 고양이님이 누군지 엄청 궁금하지만 그 정체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고 저절로 알게 되기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고양이님의 바람대로 행복해지도록 노력할거라고 다짐한다. 이 부분에서 고양이님과 블로그를 한 일 년동안 해수와 별수는 많이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행복지해지려 노력할거라 다짐하는 글에서는 아이가 자란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찡하기도 하였다.
아동도서라서 아이들에게 읽혀주기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아이와 소통하려는 어른(고양이님)의 모습에서 훈계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잔소리만을 늘어놓진 않았는지 조금 반성도 하게 되었고 나도 아이의 시선에 맞게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책의 저자인 유순하 작가는 손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고양이님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였다고 하니 정말 멋지고 재치있는 분이신 듯하다. 작가가 들어가는 말이나 나가는 말에서처럼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상상하라고 조언하고 언제까지나 아이들 바로 옆을 지키고 있을거란다. 작가 스스로 고양이님과 칭하는 것이다. 글 속에서 난 고양이님이 외할아버지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해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있겠는가?나도 나이 들어가면서 고양이님으로 누군가에게 다가서는 따뜻한 어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