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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하양 그리고 완전한 하나 - 2022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라자니 라로카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6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23/pimg_7779351343457482.jpg)
매해 1월 말쯤되면 제가 가장 잊지 않고 하는 일이 있는데요. 바로 그해의 뉴베리 수상작을 검색하는 거랍니다.
원서를 열심히 읽고 있는 딸 아이를 위해 부지런히 유명한 작품과 신간들을 권하곤 하는데요.
당연히 검증이 필요없는 뉴베리 수상작은 거기에 빠질 수 없는 작품들이지요~
근데 뉴베리 수상작인 책들의 연령이 아동이라기보다 아동+청소년이라서 초3인 저희 아이를 위한 책을 고를때는 왠만하면 항상 제가 먼저 읽어보거나 줄거리라도 검색해보고 권하는 편입니다.
줄거리로 이미 안전한(?) 내용임을 검증한 후에 제공해주고.. 혹은 줄거리로 판별이 안될때는 번역본을 기다릴 수 없는 영어 못하는 엄마로서...ㅋㅋㅋ 이렇게 발 빠르게 번역본을 출판해주는 출판사들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어요 ㅎㅎㅎ
올해 수상작 중에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된 요 책의 원제목은 Red, White, and Whole입니다.
제목만 봐서는 내용 파악이 안되어서 줄거리로 간단히 읽어봤었는데... 이미 널리 알려진 줄거리로 말미암아 슬픈 내용인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근데!! 형식이 운문이라고 하더라구요??
산문 형식으로 된 소설은 많이 읽은 딸인데.. 운문 형식으로 된 책은 국내 동시집말고는 읽힌 적이 없어서 선뜻 원서를 못 사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번역본이 출시되다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1등으로 쳐주는 명예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먼저 출시된 아너상 수상작인 것을 보면...
출판업계 전문가들이 볼때는 뭔가 뛰어난 점이 있어서 선택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바로 관심이 가서 번역서를 받고 원서도 바로 주문했지요.
역시나는 역시나였어요.
부모님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살지만 인도인인 이민 2세 주인공 레하.
학교에서는 미국인으로, 집에서는 인도인으로 2가지 자신의 자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아이의 성공과 자유를 위해, 더 크고 넓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으로 온 부모님은 레하가 열심히 공부해서 꼭 더 나은 삶은 살기를 바란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막 우리나라의 극성으로 꼽히는 부모님들처럼 ㅎㅎ 막 공부만 하라고 구박하고 그런 건 아니고요.. 레하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는 게 티가 나는 부모님이랍니다..
그래서 레하도 가끔 일탈을 꿈꾸지만 부모님의 마음을 알고는 참고 살지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623/pimg_7779351343457483.jpg)
하지만 사춘기라는 불치병은 부모 말씀 잘듣는 레하에게도 찾아옵니다.
인도인이라는 뿌리를 갖고 있지만, 레하는 미국에서 자란 미국 아이지요. 또래 미국 아이들처럼 팝송에 열광하고 댄스파티도 참석하고 싶어하는 어여쁜 소녀입니다..
친한 친구들 집에서 팝송이 나오는 라디오를 함께듣고 흥얼거리고 같이 공부도 하며 시간을 보낸답니다.
사실 운문 형태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문장이 간결하고 축약되었을뿐, 이해하고 읽는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때로는 너무 축약을 많이 해서 문장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시도 있지만 이 책은 운문 형식을 빌린 것일뿐 시라는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아요. 그냥 레하의 머리속에 들리는 생각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신청곡을 신청하고 싶지만, 신청하지 않고도 원하는 노래가 나올 때 드는 희열감을 느끼고 싶은 레하의 양가감정 ^^
사춘기 감성 아니겠습니까~ 레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두가지 감정을 같이 느끼고 있네요.
특히 그 생각이 극에 달하는 것은 책 속에 나오는 중요한 에피소드 댄.스.파.티입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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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더 의미있게 읽게 된 이유가 하나 있는데요.
재작년에 딸 아이와 뉴질랜드에서 한 달 살기를 했었는데, 거기서 사귄 이민자 인도가족때문이랍니다.
레하에게 인도어를 할 줄 아냐고 묻는 반 친구 이야기를 보며 얼굴이 화끈 거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흐.
저도 그때 만난 인도 친구에게 그럼 부부끼리 있을 땐 인도어 하냐 물어보고, 소고기 안 먹겠네 물어보고, 손으로 음식 먹는지 물어봤거든요... 흐.. 인도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랄까요?
그때 친구의 대답으로도 깨우쳤지만 이 책을 보며 다시 배울 수 있답니다.
인도에는 정말 다양한 언어와 종교들이 존재하고, 인도어라는 것은 없고 소고기를 안 먹는 것도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일뿐, 이슬람교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고기를 먹는다는 것, 손으로 먹는 음식도 정해져 있다는 것..ㅎㅎ;;
이 책은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나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반성하는 기회도 주고, 인도에 대한 다양한 문화도 배울 수 있는 책이에요. 문학 작품이지만 나름의 비문학 기능도 하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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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사춘기 레하가 인간관계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그리는데요.
특히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랍니다..
저희 딸이 아직은 사춘기가 아니지만 사춘기가 되었을 때 저런 기분을 느낄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찌릿합니다.
물론 지금도 저에게 못하는 말이 꽤 있을거라는 걸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을 다 알아주는 것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쉽지 않다는 걸 아이에게도 말해주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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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 페이지를 찍어보았어요.
예전에 미국 출장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나서요.
영어권 나라들을 여럿 가봤지만.. 기억 속에서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언어에 대한 차별?? 비웃음이 가장 심했던 나라는 미국 같았어요. 카페에서 메뉴를 시켰는데 못 알아들어서 몇번을 다시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슷한 경험을 호주에서도 한 적 있었어요. 내리는 승강장이 궁금해서 다른 승객에게 물어봤더니 막~ 설명을 하시는데..ㅎㅎ 제가 못 알아듣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get out of here!! 이라고 외쳐서 깜짝 놀랬다죠.
주인공 레하도 아마 계속 그런 차별에 시달리고 살았겠죠... 아메리칸 드림이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거..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 속의 빨강, 하양이라는 색은.. 아마도 레하의 피부색과 레하를 차별하는 사람들의 피부색을 뜻하는 것도 같고.. 다른 의미의 빨강은 피를 뜻하는 것도 같아요. 레하는 피를 보면 기절하는 병이 있거든요..
두가지 자아에 갈등하던 레하가 사춘기를 보내며 큰 사건을 거치고 결국 그 모두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걸 인정하는, 그 중 하나만 자신이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 그래서 완전한 하나로 성장해가는 성장스토리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잘 읽히지만 마음을 울리는 감동있는 이야기라 꽤 여운도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