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에서 유머는 소중한 동반자이기때문이다. 가족생활에서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웃음은 흥겨움의 발효제다. 또한 강의 공간에서도 나는 유머의 미덕을 거듭 확인해왔다. 지난 30년에 걸쳐 대학의 안과 바깥에서 여러 주제로 다양한 청중들을 만나오는 동안, 유머는 의외의 순간에 경이로운 깨달음을 선사하면서 강의의 격조와 윤기를 더해주었다. 관성적인 사고를 넘어선 통찰로 인식의 지평을 열어젖히면서 깊은 공감대를 빚어내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이 던진 유머에 함께 웃을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생겼었다.그것의 확실한 실체를 깊이 고민하지도, 고민할 겨를도 없었다.김찬호 작가의 [유머니즘]을 만나고 나서야 그 불편함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알게 되었다기보다 이미 인지했던 것을 깊이 사유하게 되었는지도.사람을 따스하게 품는 마음과 삶에 대한 연민이 묻어나는 웃음을 지향하며 더 나아가 비인간적인 현실에 저항하고 새로운 존재를 만드는 것이 유머의 참의미라 작가는 말한다.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 유연하고 예리한 지성, 유쾌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감성이 어우러진 유머 구사자라면 언제든 곁에 두고싶다.사회학자가 풀어내는 ‘유머‘의 해석이 이렇게 명쾌할 줄이야.
<여객선 터미널>이라는시의 마지막 구절이다.할머니, 당산나무처럼 늙은 할머니 걸어 나온다.겨울 내내 시금치 방풍나물 마늘 사이로 걸어 다닌 길새끼줄처럼 서려 담은 섬 하나 머리에 이고이 아침 그 옛날 할머니가 머리에 이고 장터로 나섰던 여러 푸성귀의 기억이 할머니와 함께 온다.할머니가 너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