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 혀가 호강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음식 과학의 세계
이은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6월
평점 :
쿡방 전성시대, TV를 켜면 레스토랑용 고급 요리를 간단하게 해먹는 방법부터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재탄생시킨 맛있는 요리가 가득하다. 스타 셰프의 다양한 레시피는 끊임없이 식욕을 자극한다. 넘치는 정보 속에 우리는 무엇을, 왜, 어떻게 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간다.
저자는 먹는다는 것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섭취해 몸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화학적 자리바꿈이라 설명한다. 그렇기에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질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맛있고 즐겁게 섭취하는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먹어왔는지, 그 식재료를 왜 선택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식재료 본연에 집중한다. 전통음식은 대부분 제철에 나는 것으로 몸에 필요한 기운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저장방식이나 재료의 화학적 작용을 고려한 배합도 현명하고 지혜롭다.
우리 조상들은 왜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깨물었고, 삼복더위 대표 보양식으로 개고기를 꼽았을까? 술을 마시면 왜 취하는 걸까? 종종 우유나 밀가루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1월 설날에 먹는 떡국부터 12월 동지 팥죽과 타락죽까지 전통 먹거리에 숨은 인문학 상식과 과학 원리를 따라가다 보면 의문이 쉽게 풀린다.
12월 동지 민가에서는 잘 여문 팥으로 팥죽을 쑤어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따뜻하게 했으며, 궁중에서는 타락죽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타락(駝酪)이란 돌궐어의 ‘토라크’에서 유래된 말로 말린 우유라는 뜻이다.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을 때만 얻을 수 있었던 귀한 식재료로 궁중에서조차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보양식이었다. 우유 속 유당을 소화시키지 못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 유지방에 대한 오해, 기업형 축산이 촉발한 우유 해악론까지 우유의 역사, 인문, 과학을 망라해 설명한다.
이 땅의 먹거리가 얼마나 지혜로운 결실이었나를 꼼꼼히 일러준다. 일 년 열두 달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과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과학 원리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그래서 월별로 정리된 레시피는 왠지 더 믿음이 간다.
청소년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음식과학책이다. 전통 음식과 식재료의 과학 원리는 물론, 문화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생각의 깊이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