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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스이카 ㅣ 놀 청소년문학 4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놀(다산북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서문)
"따돌림은 이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내가 어렸을 때도 따돌림은 있었다. 분명 편가르기가 있었고, 튀는 애와 그렇지 못한 애가 있었다. 존재감이 강한 애와
존재감이 거의 없어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애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지금처럼 악의적이지 않았다. 심술궂긴 했지만 이렇게
지독하지는 않았다. 좀 더 단순했고, 어쩌면 정말 가벼운 장난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운다. 아이들 사회가 이렇게 암울해졌다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사회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따돌림'이라는 문제는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은근한 따돌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은 대학교로, 직장으로, 노인사회로 아니면 가족간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러니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책을 아이들에게만 권하지 말고 어른들도 직접 읽어보기를. 그리고 함께 모염서 서로의 마음을 나눠보기를.
분명 조그맣지만 소중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남도 소중하게 대접해주고 싶은 것이다. 만약 이런 마음만 잘 간직한다면 집단 따돌림 같은 건
싹 사라져버릴텐데.
집단 따돌림, 그것은 사실 단순한 문제다.
'살면서 해도 되는 일,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 단지 이 두가지만 잘 구분하면 된다. 결코 복잡하지 않다. 그럼에도 집단 속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 간단한 사실을 잊어버린다.
중학교 2학년. 열네 살. 타치야마 스이카.
... '하긴 뭐... 이유없이 왕따 당하겠어? 당할 만하니까 당한 거겠지. 틀림없이 잘난 척하는 재수탱이였을거야.!
절대 나랑은 다른 애들이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선을 그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유별난 일이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절대'란 없다. 눈빛이나 말투가 싫어졌다며,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며 어제까지 반갑게 인사했던 친구들이
복도에서 차갑게 고개를 돌려버릴 수도 있다.
인권?
'나는 아무짓도 안했어. 그냥 보기만 했으니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그게 얼마나 잔인한 짓이었는지.
괴롭히는 사람이나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이나 사실은 모두 똑 같았던 거다.
사고로 학교를 쉬고 있는 앞 못보는 소녀 유리에. 아이들의 마음을 닦아주고 공부보다 더 소중한 '마음'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아이.
... 선생님은 애들이 보는 앞에서 나를 무시했다. 선생님이 고개를 돌려버림으로써 나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이제 2학년 3반에 타치야마 스이카란 존재는 없다.
... 그래, 그랬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던 거다.
등교거부나 우는 것, 엄마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것, 모두 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긴 싫다고 생각했다.
창피하게 사느니 차라리 용감하게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용감한게 아니었다.
그게 바로 도망치는 거였다. 그동안 나는 혼자만의 고집 속에 빠져 있었던 거다.
등교거부든 뭐든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용기가 있다면 자신을
'쉬게 할 용기'도 가질 수 있는 법이니까. 그러니 힘을 내. 난 그렇게 할 줄 아는 사람이 존경스러워.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강한 법이야.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왜 태어난 걸까 하는 생각이 들때마다 이말을 기억해 줘.
결국 사람은 사랑하고 사랑 받기 위해서 태어난다는 것을...
친구를 괴롭히는 행동은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는 걸 왜 모르는지. 남의 마음에 겨누었던
창끝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법이다. 그러니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마음에 상처 내는 짓은 그만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