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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2011년 볼로냐 라가치 논픽션부분 대상을 수상한 <마음의 집>(김희경 지음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2010)은 폴란드 그림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 한국의 글작가 김희경, 창비가 공동으로 작업해 한국에서 첫 출간된 책입니다.
라가치 상(Ragazzi Award)는 2년 이내 출간된 전 세계 어린이책 중 창작성, 교육적 가치, 예술적인 디자인이 뛰어난 책에 수여하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로 '아동출판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립니다. 1966년 제정되어 매년 그 권위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으며, 어린이도서를
출판하는 전 세계 출판인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마음의 집>은 철학적인 이야기가 낯선 아이들에게 '집'이라는 현실 공간을 빌려와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이해하고 돌아볼 수 있도록 합니다.
마음과 집이 한데 어울려 있어 오래 생각하고 몰입해야만 진정한 책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라가치 상 심사평에도 이 책이 한 편의 우아한 시이며, 탁월한 완성도로 추상적인 기하학적 형태들이 완성되어 있으며, 암시적인 구조물들은 이미지와 함께 철학적 대화를 이끌어낸다고 했습니다.
책은 "우리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도대체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의 주인은 누구일까?"라는 큰 세가지 명제를 던져주고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림책 형식을 빌려왔지만 철학적 깊이는 어른이 읽어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큰 집에 사는 욕심쟁이
평생 한집에만 사는 고집쟁이
매일매일 집 모양을 바꾸는 변덕쟁이처럼
마음의 집은 모양도 크기도 다 달라
백 사람이면 백 개의 집이 생기지.
마음의 집에는 문이 있어.
어떤 사람은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어떤 사람은 활짝 열어 두지.
문을 아예 닫고 사는 사람도 있단다.
마음의 집에는 방도 있어.
어떤 방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어떤 방은 좁아서 겨우 자기만 들어갈 수 있지. (p. 29 ~ )
푸른 색 종이를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고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 읽으며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르게 하는 힘을 가진 그림책입니다.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대면했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배려하듯이...
<마음의 집>에 글을 쓴 이희경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했습니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프리랜서 미술관 교육프로그램 기획자로 일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관 프로젝트인 '모모뮤지엄
www.momomuseum.org)'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좀 보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름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Iwona Chmielewska)는 1960년 폴란드 토루인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작가의 그림책은 질감과 문양이 다른 종이와 천을 이용한 콜라주와 다양한 채색 기법을 사용하여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며, 철학적인 사색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가 잠깐 다림질을 하면서 딴 생각을 한 사이 엄마가 아끼는 식탁보에 눌어붙은 자국이 생기자 온갖 걱정을 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는 상황을 그린 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를 보면 단순한 그림을 통해 입체적 상황을 연출해 내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핏 허전해 보일 수 있는 그림속에서 기발함이 그 진가를 발휘하지요.
그리고 최근의 손바느질 그림책 <우리 딸은 어디 있을까>는 종 잡을 수 없는 아이들의 특성을 다양한 동물에 비유하여 이야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양면적인 감정을 이해하고 장애 아이를 다르게 보는 시선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하지요.
이 밖에도 <생각> <생각하는 ㄱㄴㄷ> <생각하는 123> <생각하는 ABC> <반이나 차 있을까반밖에 없을까?> <학교 가는 길> <생각연필> 등이 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짧은 문장과 그림이 전해주는 많은 이야기에 매료되어 벌써부터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