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뻐지고 싶은 거미 소녀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1
파스칼 샤드나 지음, 델핀 부르네 그림, 이주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1년 6월
평점 :
여름이 되면서 자연스레 그동안 꼭꼭 숨겨두었던 지방 부위를 드러내야 할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자가 호흡이 전부였고 늦은 나이에 아이를 생산(?)하였던 터라 몸 속 깊은 곳에 응집해 있던 지방들이 불쑥불쑥 외부로 돌출, 처음부터 자신들의 자리였던 것처럼 익숙한 듯 둥지를 틀어버려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지방들이 내 삶을 어렵게 한다거나 고민스러울 정도는 아니어서 동거에 불편함이 없지만 그래도 옷장 속 버리지 못하고 걸어 둔 예쁜 원피스를 보면 살짝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다 있는 행사에서 사람들 앞에 서야할 때는 그 강도가 조금 더해지기도 하지요.
주위의 시선에 민감한 어린이나 청소년기들은 훨씬 더 많은 외모 고민을 안고 살아가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땅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책을 가려 읽히기 위해 매년 권장도서를 발표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인 "책따세(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에서 활동중인 김미경, 이수정, 지현남이 쓴 <십대마음 10大 공감>의 표현을 빌자면
외모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정말이지 뜨겁다. 남자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교사들이 던지는 그 어떤 칭찬보다도 "참 잘생겼다."는 말에 환호하고, 학년이 끝나 헤어진 후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에게 가장 기분 좋은 인사는 "키가 정말 많이 컸네."이다.
여자아이들은 몸매가 드러나도록 상의를 좁고 짧게 수선하느라 경쟁이고, 방학 시작과 함께 앞다투어 염색과 파마를 한다. 또한 조금이라도 뚱뚱한 아이들은 그것 자체가 무슨 커다란 흠이라도 되는 양 서슴없이 반 아이들 사이에서 '돼지' '1톤'이라 불리며 무시당하기 일쑤다. (p.32)
<난 크고 싶어> (안드레아 샤빅 글 / 러셀 이토 그림 / 그린북. 2002)
이 책에는 키가 너무 작아 별명이 땅꼬마인 알렉스가 등장합니다. 키 작다고 친구들이 놀려대는 것이 너무너무 싫어 "난 너무 불행해." 라며 자기는 늘 불행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알렉스가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됩니다.
알렉스의 머릿속은 온통 키 키는 생각뿐이었고 엄마, 아빠, 누나, 선생님에게 키 크는 방법들을 조언 받지만 키 크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키다리 중 왕키다리 대니 삼촌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지요. 과연 대니 삼촌은 알렉스에게 키가 쑥쑥 크는 방법을 알려줬을까요?
책 표지 뒷장의 양면을 가득 채운 롱다리들의 행렬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까닭은 왜일까요?
<예뻐지고 싶은 거미 소녀> (파스칼 샤드나 글 / 델핀 부르네 그림 / 책속물고기. 2011)
무서운 사고로 고아가 된 거미 소녀 아리안이 주인공입니다. 사고의 순간 혼란을 틈타 무사하게 도망친 아리안은 사람들이 거미는 무참하게 짓밟아 죽이면서 무당벌레에게는 친절하게 인사까지 건네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충격을 받은 아이안, 이 모든 것이 거미가 못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싫어하고 자기도 불행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요.
결국 칠성무당벌레처럼 예쁜 벌레가 되기 위해 성형수술을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술 전날 친구가 주최한 파티에서 아리안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아봐주는 왕거미 잭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아리안과 잭.
누구보다 아름다운 거미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리안이지만 성형 수술을 받을 것이란 것이 잭에게 알려지면서 고민에 휩싸입니다.
아리안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두 책 모두 외모지상주의 때문에 상처 받았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린이를 위한 책입니다. 은연중에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상처주었던 일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신체검사 시간에 1cm라도 더 커 보이려고 까치발을 했었던 기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네요.
지나보면 겉모습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겠지만 아마 지금 이 순간 아이들에게는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이지 않을까요.
지금은 외모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 공부에 신경 쓸 것을 주문하며 아이들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부모님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모에 집착한다는 이유로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외모에 쏟는 열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해 주면서 아이들의 흔들리는 '자아상'을 바로 잡아주라고 조언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쉽지 않겠지만, 이 또한 우리 부모들의 숙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