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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늦게 오는 날 ㅣ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29
아네스 라코르 지음, 이정주 옮김, 최정인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가족이 없는 빈집에 들어가는 일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울하고 위축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엄마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은 더 힘든 일이지요.
바깥에서 친구들과 좋지 못한 일이 있었던 날은 더 외로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해는 뚝 떨어지고 날이 어둑어둑 해지면 마음도 덩달아 까만 크레파스가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깜깜한 숲 속을 혼자 걷는 것처럼 무서웠던 경험.
아마 어린 시절 그런 기억이 있는 엄마라면 더 더욱 아이를 혼자 있게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우리 마음 먹은 것처럼 쉽지 않지요.
그 일이 단순히 밥 먹고 살아가기 위한 생활의 방편이든, 건강한 자아를 성장시키기 위한 실현의 일환이든 혼자 남겨진 아이에게는 분명 힘든 상황일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로 아이와의 약속을 잠깐 잊을수도 있고, 늦게까지 일에 시달리다보면 집에 가서는 그야말로 손도 꼼짝하기 싫은 상태라 하루 종일 온전히 내 편인 엄마, 아빠만 기다렸을 아이에게 마음과는 달리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목걸이 열쇠> (황선미 글 / 신은재 그림. 시공주니어. 2000)는 출판된지 10년이나 지났음에도 현 시점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과 스트레스로 마음이 아픈 향기가 주인공입니다.
엄마는 향기가 10살 때부터 학원강사로 직업 전선에 뛰어듭니다. 그때부터 향기의 목에는 아파트 열쇠가 걸립니다.
5학년이 된 지금은 엄마, 아빠의 반찬거리 시장까지 보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어른스럽고 쾌활한 향기지만 언제나 엄마의 손길이 그립지요.
아빠 친구 아들인 동수와의 태권도 대련 시합에서 발차기로 앞 가슴을 강타 당한 날은 내내 서럽기까지 합니다. 몸에 찾아 온 사춘기로 가슴에 생긴 멍울. 일 때문에 바쁜 엄마는 향기의 그런 신체적 변화도 눈치 채지 못하고 향기는 붕대로 가슴을 동여 매고 다닙니다.
이런 외로운 향기에게 위로가 되는 건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 삼삼이 뿐입니다. 수탉으로 커 가는 삼삼이는 혼자인 향기에게 말 벗도 되어주고 때로는 동생도 되어줍니다.
삼삼이에 대한 향기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아기가 자라듯이 삼삼이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집에서 같이 살면서 말이다. 그래서 특별하다는 걸 엄마
아빠는 몰랐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밥을 나누어 먹고 장난
치는 사이였다는 걸 알 턱이 없었다. 친구나 엄마한테 못하
는 말을 다들어 준 삼삼이가 이제는 동생처럼 여겨지는데.... (p. 73)
향기는 계속되는 무관심에 지쳐 친구 진주와 콘서트 장에 가는 것으로 가출 연습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늦은 시간 엄마 아빠가 걱정하겠지란 기대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집에는 아무도 없이 컴컴하기만 합니다. 현관문 닫히는 쿵 소리가 향기의 마음이 내려앉는 소리같이 느껴집니다.
엄마의 부재, 아빠의 사업 실패로 작은 집에 더부살이 하는 친구 진주와 마음의 이야기도 나누고 진주를 통해 다른 이웃의 아픔을 알아가는 향기. 하지만 키우던 삼삼이가 어느 새 훌쩍 자라 '꼬끼오~'하고 울어대며 또 한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제 잡아 먹을 때가 되었다는 아빠. 아빠는 향기에게 삼삼이가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조차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삼삼이와 향기는 어떤 운명을 맞을까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외톨이라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마음의 위로와 성장을, 부모님께는 아이의 힘들고 외로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늦게 오는 날> (아네스 라코르 글 / 최정인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2012)
학교에서 돌아오는 줄리앙은 추운 복도에서 문을 여느라 낑낑 대지 않도록 현관문 열쇠가 변덕을 부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얼음장처럼 추운 집에 들어오면 외투를 벗지도 못하고 부엌으로 가서 식빵 두 쪽과 초콜릿 두 조각을 먹습니다. 그걸 먹고 나면 이번 달 엄마가 월급을 받기 전까진 간식이 없지요.
옆집 세바스티앙 형이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줄리앙의 숙제도 도와주고 함께 놀이도 하지만 형이 떠나고 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캄캄한 밤이 싫어, 얼른 커튼을 칩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져 갈 가방을 챙기고, 침대에서 만화책을 읽어도 시간은 참 굼뜨게 갑니다. 온종일 일해 녹초가 되어 놀아올 엄마를 위해 접시 두 개, 포크 두 개, 나이프 두 개, 유리잔 두 개를 집어 식탁에놓습니다.
점점 커져 가는 초조함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다시 책을 들고 침대에 누워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엄마가 이렇게 늦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겁이 덜컥 난 줄리앙.
만약에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엄마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긴게 아닐까? 혹시 죽었나?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살지? 온갖 질문이 줄리앙의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컴컴한 밤, 엄마를 찾아 지하철 역으로 달려가게 된 줄리앙의 떨리는 마음이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옵니다.
엄마의 퇴근 시간.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리가 시간에 따라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엄마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에 슬며시 눈물이 나오기도 하지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다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보내주시는 엄마의 미소가, 엄마가 차려내오는 정성으로 가득한
밥상이 세상 그 어떤 레스토랑의 산해진미와 비교 될 수 없는 위로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하루 바깥에서 있었던 수많은 고단함을 쓸어주던 어머니의 손길을 가진. 아이에게, 때로는 이웃에게 언제나 마음의 위로가 되는 넉넉한 품을 가진 그런 사람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