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혜 창비아동문고 233
김소연 지음, 장호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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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들이 흔히 '요즘 아이들은 말이야....'로 말씀을 시작할라치면 아이들은 너나 할 것없이 온몸으로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멀리 갈 것없이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저부터도 어르신들이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살짝 긴장되고 걱정되기까지 합니다.
이런 세대간의 갈등은 우리 당대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로마 공화정시대의 키케로조차 "젊은이들은 경솔하기 마련이고, 분별력은 늙어가며 생긴다"라고 했으니 말입니다.

덧붙이자면 키케로는 젊음과 체력이 필요한 활동은 못하겠지만 정신력으로 필요한 활동은 충분하게 해 낼수 있으며 큰 일은 민첩함이나 신체의 기민함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 및 판단력에 의해 이루어지곤 한다고 하며 이런 자질들은 노년이 되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늘어난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키케로처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명망있는 지식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편협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젊은이들을 대하는 기성세대에게는 이런 명망과 판단력이 결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많이 힘든 삶을 살았을 어르신들. 거침없는 젊은이에 대한 비판과 비교로 가르치기보다 힘든 세월을 이겨낸 당신의 투박한 손으로 젊은이의 손을 마주 잡아주는 것이 백마디 말보다 훨씬 큰 감동으로 다가가리가 생각됩니다.
<명혜>
(김소연 글 / 창비)에는 식민지 시대를 배경으로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찬 아이 '명혜'가 등장합니다.
계급사회가 유효했던 식민지 조선에서 그래도 별 어려움없이 자랐지만
자신의 이름을 갖고 싶고, 공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명혜.
구세대의 인습에 맞서면서 성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의사의 꿈을 펼쳐
나가는 명혜의 모습에서 온갖 어려움에 맞섰을 그 시대의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역사의 아픈 수레바퀴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명혜와 수많은 민초들.
우리 시대에도 곳곳에서 더 나은 미래 세상을 위해 자신의 희생쯤은 아무렇지도 않은 희망의 씨앗들이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가 봅니다.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 / 문학동네) 이 책은 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을 배경으로 한 역사동화입니다. 기존 역사물이 가졌던 교훈주의를 뛰어넘는 수작이란 평을 받으며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의 영광을 누렸던 책입니다.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였지만 천주학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천주학쟁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게 됩니다.
아버지를 잃고 책방에서 책심부름꾼 일을 하면서 홍교리라는 인자한 학자를 알게되면서 장이는 천주학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 장이는 아버지가 살아계실적 꿈이기도 했던 자신만의 책방을 내게됩니다. <서유당:책과 노니는 집>.
사실 이 책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 살짝 저만의 이름으로 도용(?)하기도 했지요. 지금은 힘들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꿈을 꾸는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고 책 읽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권해드립니다.

누군가 먼저 어려움을 헤치며 걸어간 길을 우리는 고통없이 걸어갑니다.
키케로의 노년 예찬과 말러의 "젊으니까, 자네가 옳다"라는 젊은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 과연 이 두 명언의 접점은 어디쯤일까요.

삶을 대하는 유연함이 온몸에 스며있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젊은이들 세상의 힘이 되고 등불이 되는 노년, 그 노년을 꿈꿉니다.
오늘따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자식의 행복을 위해 당신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 감수하셨을 내 할아버지, 내 할머니, 내 어머니, 내 아버지가 새삼 그리워집니다. 고단한 부모님의 삶이 생각나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TV CF처럼 오늘은 부모님께 전화 한통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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