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났어! 내인생의책 그림책 9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유문조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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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공공도서관 사서 몇 분과 함께 어린이를 위한 상황별 독서치료 목록 발간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개발한 치유서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 끝에 독서교실에 참가한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33명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고민을 담은 질문지를 배포하고 자신의 문제 상황에 해당되는 곳에 표시하도록 해 아이의 상황에 맞는 책을 읽게 하는 선행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20개의 질문 문항 중 참가 어린이의 70% 정도가 '요즘 자주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생겨요'라고 응답해 몇 권 안 되는 책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배분할지를 두고 난감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인지하기에는 역부족인 부분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70%라는 수치가 저에게 주는 압박감은 굉장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를 다닌 지 두 달 정도 지난 아들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학교에서 알림장을 빼먹고 옵니다. 안가지고 올 때마다 제가 아이한테 알게 모르게 압박감을 주었던지 어제는 학교 끝나고 저에게 전화를 해서는 대뜸
"어머니, 화 내지 말고 들으세요. 아무리 찾아도 알림장이 없어서 그냥 왔어요. 그런데 알림장에 쓴 것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첫째..."
전화기로 타고 오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깐 반성의 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엄마의 분노성향에 대처하느라 힘들었을 아들의 마음이 헤아려지더라구요.
<오늘도 화났어>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 내인생의책) 이 책은 책 표지부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이의 팔자 눈썹과 상기된 양볼이 억누를 수 없이 화가 많이 난 상태라는 걸 미리 알려줍니다.
월요일은 아침에 늦잠을 자서 엄마가 화났고, 화요일은 피망을 남겨서, 수요일은 화분을 깨서 아빠가 화났다고 합니다.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화가 난 모습을 세세하게 일러줍니다. 급기야 아이는 왜 나는 사람들을 화나게 할까? 하면서 화내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떠나가기로 합니다.
나중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 인해 화가 나는 상황을 겪으면서 사람마다 화를 내는 상황과 감정표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화났던 마음을 되돌아보고 어떻게하면 화를 덜 낼까 스스로 생각합니다.
아주 짧은 그림책이지만 감정조절이 서툰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읽으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 내보이는 화의 감정, 이를테면 부모님께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거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꿋꿋하게 낸다든지, 바닥에 드러누워 한껏 몸 운동을 한다든지, 물건을 내던지는 모습들을 그냥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성숙하지 못한 방법으로 드러내는, 그리고 조금만 그대로 두면 자연히 수그러들 잠깐 동안의 폭발적 감정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이에 비해 어른들이 일상에서 표출하는 화는 아이들의 그것과는 달리 훨씬 더 관대한 눈과 마음으로 일종의 동조의식을 작용시키며 두둔했었던 것 같습니다.
왜일까를 곰곰 생각해보니 제 안에도 조금만 누가 건드려주면 터질 것 같 화의 분화구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체험형 독서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좋은 책 몇 권을 만났는데 그 중 하나의 책이 비벌리 엔젤이 쓴 <화의 심리학>이라는 책이었습니다.
<화의 심리학>
(비벌리 엔젤 / 용오름) 25년동안 화와 학대, 여성, 인간관계 문제에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아온 심리치료사인 비벌리 엔젤이 쓴 책으로 분노성향이 바뀌면 인생도 바뀐다, 당신의 분노성향을 바꿔라, 화의 극복과 승화라는 총3부의 구성으로 되어있으며, 대부분 공격적, 수동적, 수동 공격적, 투영 공격적 등 네 가지로 분류된 사람들의 그릇되고 부정적인 분노성향을 긍정적인 분노성향으로 바꾸는 과정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잘못된 방법으로 화를 표출하고 있었으며, 잘못된 분노성향으로 내 아이의 마음까지 상하게 하는 심락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일상적인 상황에서 불쑥 불쑥 욱~하는 감정이 새어나와 크게 질러놓고는 아, 왜 그랬을까. 조금만 참을 걸 하는 후회와 반성의 순간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게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옆에서
"읽는 다고 다 되는 건 아닌가보네."하며 책으로만 깨우친 저에게 훈수를 둡니다.
그러면 저는
"읽어서 이 정돕니다."라고 응수했었습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때로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회적인 관계맺기에서 나의 상세하고도 세밀한 감정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참을 수 없는 감정노동으로 느껴져 혼자 뒤돌아 큰 호흡을 하기도 하고 상대를 피해 슬쩍 옆으로 비켜서기도 합니다. 어떤 때는 화의 불길이 휩싸인 곳에 대책없이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 뛰쳐나오기도 합니다.

책의 에필로그 부분에 무엇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상대를 비난하는 대신 자신의 화와 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 상대의 말에 넘어가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이며, 상대로 인해 삶을 망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써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 연습이 필요하지만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남한테 휘둘려 이리저리 나뒹구는 나의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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