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 하자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지음,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수년간 독서지도에 매진하여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이제는 자신의 이름을 건 교정독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복희님이 최신작 <엄마 공감> 말미에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한 길을 찾기 위한 일곱 가지 지침을 적어두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건강한 관계 맺기를 원합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아이와 있어도 늘 거리감이 있다거나 늘 명령만 하고 하달만 받는 관계를 맺고 있다거나 무언가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유지되는 느낌이 든다면 친밀하지 않는 관계라고 했습니다. 함께 있어도 불편하지 않고 서로에게 요구하지도 않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수용받는 것이 친밀한 관계라고 했지요. 저는 친밀한 관계 맺음을 위한 첫 출발이 서로간의 소통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맞벌이 부모를 둔 아들 녀석은 여태 동네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제는 마침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놀이터로 냉큼 놀러 나갔습니다. 저도 여유로운 시간을 좀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심 기뻐 나가는 아들에게 잘 놀다오라는 따뜻한 인사도 건넸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들은 처음 보는 아이를 데려와서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어머니, 저 친구랑 같이 왔어요."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나름 휴일의 여유를 즐기고 있던 저는 순간적인 아들의 출현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잠깐 정신을 수습하고 아들이 집으로 초대한 첫 친구를 위해 냉장고 문을 열어 간식거리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는 간식을 가져다 주면서 초대한 친구를 순간적으로 스캔하고 나왔습니다.
한참동안 둘은 방에 있는 소품으로 바쁘게 놀았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친구는 또 놀러오마는 공약을 남기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아들을 불러 친구의 이름을 물어보고, 학교에서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엄마의 그런 깐깐한 질문에 불편을 느꼈는지 시종일관 잘 모르겠다는 시큰둥한 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서 오늘 내가 느낀 불편함과 아들의 입장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늘 시간과 장소 약속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익숙한 어른인 나는 아들의 친구 만남에도 똑 같은 나만의 잣대를 들이대어 왜 아들이 나에게 친구를 데려오겠다는 한 마디 의논도 계획도 없이 행동했을까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아들은 놀이터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가 반가웠고, 그 친구가 집으로 놀러가고 싶다고 하니 당연히 집으로 데리고 왔을 뿐이고. 정말 감정에 충실하게 행동한 것 밖에 없었는데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엄마의 질문에 불편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 (앤서니 브라운 / 곧은나무)

<우리 친구하자 > (앤서니 브라운 / 현북스)
위 두 그림책은 우리나라도에 잘 알려진 영국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입니다. 1982년부터 시작된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준 책에게 수여하는 Kurt Maschler 상을 수상한 <공원에서 일어난 이야기> 는 공원에 산책 나온 네 사람의 관점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우아한 모자를 쓰고 옷차림도 그럴듯한 중산층 부인 찰스 엄마와 아들 찰스, 그리고 같이 데리고 나온 개 빅토리아. 다른 한쪽에는 실업 상태로 취업 정보지를 옆에 낀 스머지의 아빠와 유쾌하고 발랄한 아이 스머지, 그리고 데리고 나온 개 알버트가 등장합니다.
개 두 마리는 끈을 풀어주자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친구 맺기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 다음은 두 아이. 처음엔 서로 어색해 하지만 점차 곁을 내어주고 나무 타기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시소를 같이 타기도 하면서 친하게 놀게 됩니다.
하지만 두 어른은 끝끝내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로 산책을 마무리 합니다. 심지어 찰스의 엄마는 빅토리아가 앨버트와 뛰어노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찰스가 험하게 생긴 여자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것도 싫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지요. 찰스 엄마가 찰스와 빅토리아의 손을 잡아 끌고 공원을 나서는 뒷 배경으로 그려진 공원의 활활 불타오르는 나무가 찰스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친구하자>는 비슷한 내용을 찰스와 스머지의 이야기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라고는 하지만 전달력에 있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처럼 뛰노는 개들. 처음엔 약간 어색해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놀이를 공유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의 아이들.
그와는 달리 벤치의 양쪽 끝을 차지하고는 시종일관 무관심한 태도로 서로에게 등을 돌린 어른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사회적 관계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호흡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힘이 있고,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건강한 사회적 관계 맺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배려나 관심없이 나의 이야기만 쏟아내고 이해를 구하려는 것은 이기적인 태도라 생각됩니다.
내 아이, 내 가족, 내 이웃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인다면 나의 이야기 또한 소롯이 그들에게 전달되고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나의 이야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빌려주는 것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