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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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민음사. 2008.

 
한 번 이혼한 경력이 있는, 아주 착실하고 평범한 전문 가사관리인 카타리나 블룸은 아는 사람이 주최한 댄스파티에서 괴텐이라는 강도 용의자를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 후 경찰의 조사를 받는 중에 블룸 개인의 명예는 철저하게 짓밟히며, 그녀를 아는 지인들의 목소리는 언론의 교묘한 편집 기술이 보태져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그로 인해 언론사 기자를 살해하고 마는 폭력의 악순환을 고발하는 소설입니다.

독자는 왜 카타리나 블룸이 기자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소설을 읽어 가면서 언론의 횡포와 폭력을 함께 경험하며 분노하게 됩니다. 그와 함께 우리사회의 언론의 보도 태도와 개인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게 해 줍니다.
 
이 책의 저자 하인리히 뵐은 1917년 독일 쾰른 출생으로 1967년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게오르그 뷔히너상’, 197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저력있는 작가입니다.
1975년에 발표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 작품의 모델은 1972년 1월 바더 마인호프 일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 해직까지 되었다 무혐의로 복직되었으나 개인적으로 참을 수 없는 명예 실추를 경험한 하노버 공대 심리학 교수 페터 브뤼크너입니다.
하인리히 뵐은 교수가 아닌 가사 관리인이라는 평범한 사람 카타리나 블룸을 통해 진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하인리히 뵐은 이 책의 후기에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에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라는 제목뿐만 아니라,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도 있다는 것이다. 헤드라인의 폭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에 대해서 우리는 그저 조금밖에 알지 못한다. 신문들이 정말 금수 같은 그들의 ‘무지함’으로 무엇을 야기할 수 있는지 한 번쯤 연구해 보는 것은 범죄학의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제목과 부제뿐만 아니라 모토도 있다. 즉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은 자유로이 꾸며 낸 것이다. 저널리즘의 실제 묘사 중에 ≪빌트≫지와의 유사점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의도한 바도, 우연의 산물도 아닌, 그저 불가피한 일일 뿐이다.”
라고 쓰고 있습니다.
 
패전 후 민주, 복지 국가로 변모하던 독일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구었던 테러리즘에 대한 논쟁과 언론의 폭력에도 함구하지 않고, 사회의 억압과 인권 침해에 대해 깨어 있는 지식인하인리히 뵐의 양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책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아침 집 앞에 배달된 신문의 헤드라인, 텔레비젼 뉴스를 우리는 또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
끊임없이 강요하는 거대 언론의 횡포속에서 과연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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