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상 - 엄숙한 꼰대, 열받은 10대, 꼬일 대로 꼬인 역설의 시대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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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대한 수많은 언론 보도와 관심어린 책들이 출판되었지만 몇몇 연구서에서만 청소년과 청소년 문화를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고 인정하고 있을 뿐, 포장은 그럴 듯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와 저서의 기저에는 그들이 처한 사회적 현상을 나열하거나, 그들의 문화는 성인과 비교해 아직은 덜 자란 미성숙한 존재들이 형성한 것이기에 성숙한 존재인 성인이 이룩해 낸 올바른 문화와 체제 속으로 이끌어야 하는 갱생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10대는 흔히 꼰대들의 교훈적인 훈계를 받아들이는 대상입니다. 뉴스 같은 매체에서 청소년문제가 다뤄지는 방식은 가히 폭력적이라 할 만큼 어른들 잣대와 상식에 근거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김성윤이 쓴 <18세상>(김성윤 지음. 북인더갭. 2014)은 이 책의 부제 ‘엄숙한 꼰대, 열 받은 10대, 꼬일 대로 꼬인 역설의 시대’ 가 말해주는 것처럼 철저하고 과감하게 청소년의 입장에서, 인문학적 사고를 담아 청소년 문화를 통찰해낸 명쾌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 일상의 기록>에서는 오늘날 대다수 청소년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조건 (노스페이스 공화국, 청소년 알바천국, 은어 게임의 진실, 입시 가족 잔혹극 등)을 다루며


<2부 일탈 기록>에서는 지배적 규범에서 벗어난 관행들, 그 중에서도 또래 내부에서 조차 특이하게 여겨지는 문화현상 (위조민증, 전자담배, 화장, 성, 가출팸, 중2병, 이주배경 청소년 등)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 <3부 기록의 기록>에서는 청소년 문화를 둘러 싼 담론(질풍노도의 정치학, 오늘날의 학교폭력, 청소년 게임 중독에 관한 게임, 학생인권과 교권 문제 등)들을 다룹니다.

저자는 사회적 암묵적인 합의하에 묶어 둔 청소년 개념, 10대들이 처한 현실을 뻔한 시각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읽어냅니다.

이를 테면 알프스 빙벽을 오를 때나 입는다는 고가의 노스 패딩이 유독 대한민국에서 교복처럼 유행한 이유를 입시전쟁터로 변한 교실 생태계에서 자기를 지킬 보호색으로 빈약한 몸매를 보정하기 위한 남성적 아이템으로 시작했으며, 거기다 윗도리의 풍성함을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각선미를 돋보이게 한다는 여성적 욕구를 만족시켰다는 것입니다. ‘등골 브레이커’가 아니라 과잉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매개로 ‘평등과 자유’를 갈망하는 10대들의 모순적 욕망이 난해하게 얽힌 문화적 아이템이라고 풀어냅니다.

또 청소년 알바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에서 그들의 소비성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기보다 스스로의 경제활동을 통해 또래들과의 동일성(identity)를 확보하고 꾸려가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합니다.

그 밖에도 이주배경 청소년 문제를 통해 우리나라 다문화 교육의 실상을 꼬집고, 제약회사와 결탁한 ADHD의 문제, 사회가 만들어 낸 청소년 우울증, 미래의 불확실한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기러기 아빠,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아래 자행되는 사회 체제 순응문제 등 우리 사회 청소년의 현실과 문제를 정치학적, 사회학적 거대관점으로 풀어냅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그저 독자들에게 청소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 새로운 인식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흡수하듯 읽히는 책이라기보다 불편한 진실의 대면을 통해 이미 체제에 편입된 인식 체계에 새로움을 불어 넣습니다. 문제 자체를 보기보다 문제가 만들어진 역사를 먼저 보자는 것이지요.

기존 청소년 연구서와는 달리 청소년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제시하는 이 책의 제목이 왜 <18세상>인지, 저자가 결론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청소년+정치’의 세 가지 쟁점은 무엇이지 알아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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