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없는 나라로 가고 싶다 푸른도서관 2
이규희 지음, 이창훈 그림 / 푸른책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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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나고 자라다 강원도 황지, 영월로 떠돈 작가의 어린시절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희는 할머니, 엄마, 동생 수영이와 천안에서

생활하고 역시나 같은 천안 하늘아래

한약방을 하는 아버지와 수희의 표현을 빌자면 그쪽 엄마와

그쪽 엄마가 낳은 자식들이랑 따로 살고 있다.

 

그쪽 엄마네에 할머니의 손을 잡고 찾아가 그쪽 엄마가 차려주는

아버지와 함께 먹는 밥상의 온기를 느끼고 왈칵 서러움이 밀려드는

수희의 속내는 결코 초등학생의 그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할머니와 함께 주기적으로 그쪽 엄마네 집에 방문해

생활비를 받아와야만 하는 수희의 어린 가슴은 퍼렇게 멍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버지한테 받아온 돈은 할머니의 주머니로 들어가 

할머니의 엄마에 대한 구박과 핍박의 실체로 작용한다.

늘 수동적인 엄마는 이래저래 당하기만 한다.

 

아버지의 춤바람, 노름질로 고향을 떠나 탄광촌인 황지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가족.

그러나 거기서도 수희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남의 집 방한칸에 또 다시 엄마와 그들은 따로였고

아버지는 그쪽 엄마네와 함께였다.

영월로 아버지가 이사가면서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수희에게 아버지는 미움의 대상이 되고 만다.

 

영월로 이사가서도 아버지는 엄마를 폭력으로 대하고

그 속에서 수희는 아버지에게 더더욱 닫힌 감정이 되고

급기야 아버지가 없는 서울로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러

가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수희가 안타까웠다. 잘 받은 성적표를

아버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아버지가 술을 마시는

요정으로 찾아갔다가 아버지에게 버림받듯 내팽개쳐지고

수학여행 경비를 말할 때도 당당한 그쪽 엄마네 수철이와는

달리 늘 주눅들어야 하고...

어린 가슴이 얼마나 시렸을까.

 

아버지 구실 제대로 못한 아버지가, 어른스럽지 못한 아버지가,

남자는 그래도 된다는 핑계를 준 할머니가,

아이들을 위해서 이를 더 악물지 못한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가정에서의 아버지됨. 아버지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뭉클한 소설이다.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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