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재미있게 살자' 강의를 한다는 문화심리학자이자 명지대 교수인 김정운의 2009년 최근작이다.
한마디로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끌어내는 이 책이 정말 멋지다. 이런 글을 쓴

저자도 멋있어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팔불출 친구들은 사회적인 기준에서 본다면 잘나가는 어느 회사의 CEO,

이름 알려진 교수들, 은행지점장들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구들을 아주 인간적이고 사실적인

인물들로 등장시켰다. 그들의 행동과 걸러지지 않은 말을 그대로 옮겨두어 우리와 같은 사람이게

만들었다는 말씀이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용기가 좋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대해서 쓴 구절이다. 요즘 내가 너무도

절실히 겪고 있는 터라 아마도 더 와닿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귀중한 존재로 여겨질 때 자존감이 유지된다고 했다. 사회적 상호작용

에서 자신이 상대방의 일방적인 훈계와 계몽의 대상이 되면 자존감이 여지없이 망가질뿐더러 아주

묘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하며 심할 경우, 아예 세상을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고 썼다. 이 글에 충분히

공감한다. 1시간 이상 계속되는 훈계 상태에 놓여있으면 정신을 놓을 듯 아찔해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100%로 맞는 말씀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권력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던 시대는 지났으며 돈으로는 더더욱 아니라고 목청높여 이야기

해 준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 줄 때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며 21세기 리더십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서 나온다 역설한다. '순서바꾸기 turn-taking' 와 '관점바꾸기 Perspective taking'

로 상대와 의사소통을 이룰 수 있을 때 멋진 리더, 최고의 리더가 된다는 지극히 공감가는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서 본인은 입꽁지가 처진 중년남자들 특히 CEO, 대학교수, 공무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을 할 때

무척 어렵다 말을 한다. 어떠한 상호작용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란다. 어떠한 유머도 통하지 않기 때문

이란다. 도무지 자신들이 언제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아니, 알면서도 '반응하는 것'이 '쪽

팔린다'고 생각한단다. 존귀와 위엄을 갖춘 사람든 쉽게 웃거나 가벼이 반응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불안한 존재들의 특징이란다. 그러면서 의사소통을 막는 '순서바꾸기'의 손상은 단순히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더 큰 문제 '관점 바꾸기'의 상실을 가져온단다.

그리고 한마디 더 붙여주신다. 사는게 재미없는 상사와 일하면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단다. 하하하.

 

자기본위적인 아주 이기적인 생각들로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세상은 항상 잘못됐고 남들은 그렇게 무례할 수가 없고, 내가 무례하거나 사소한 잘못을 범할 때도

아주 가끔은 있지만 그것은 반드시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에 비난 받아야 할 대상에서 나는 항상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들을 하신단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의식.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자신이 하는 일, 사회적 관계 등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는데 세상에

바보같은 짓이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일이란다. 왜냐. 사회적 지위는 반드시

변하고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과거의 지위로 미래를 살아가는 것처럼 서글프고 초라한 일은 없단다.

바쁠수록, 정신없을수록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며 살아야 한단다. 당연히 여겨지는 어느 회사의 부장,

사장, 교수와 같은 내 사회적 지위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 내 본질들과는 상관 없다는 말씀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사장할 것이며, 언제까지 교수할 수 있느냐고 반문해 주신다.

멋지다. 하지만 우리사회 대부분 사람들은 일단 첫대면에서 서로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서열관계(?)를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명함 주고받기를 한다. 그러면서 내가 타인에게 입꽁지를

올려야 할지, 내려야 할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 행동으로 개시한다.

  나는 그들의 처진 입꽁지를 쫑긋 땡겨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중에 내가 나이들면 나의 후배들도

나의 처진 입꽁지를  수술을 해서라도 땡겨주고 싶겠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면서 나를 확인하고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며

살아가라는 그가 너무 멋지다. 하루하루 매일 매시 감탄하고 살아가라는 그가 고맙다.

 

그가 산 캠핑카에 나도 동승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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