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품이다. 1977년부터 1981년 사이의 일을 시간적인 전개로
나. 어린 한동구의 시선과 생각으로 끌어내는 작품이다.

한씨집안의 4대 독자인 나. 한동구는 우리의 생각속 할머니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인

완고하고 심술궂고 욕으로 가득찬 할머니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다.

물론 할머니에게 제일 고통 받는 사람은 한국사회라면 다 인정할 그 집의 며느리,

즉 한동구의 엄마다.

  한동구를 낳고도 6년이나 태기가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귀하게 얻은 아이가

딸이라는 이유로 그날부터 고스란히 할머니의 구박과 욕설을 참아내야 하는 엄마는

정신까지도 만신창이가 되지 않았을까.

애교 많고 똑똑한 동생 영주가 아파도,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동구도

아버지가 무뚝뚝한 이유도 모두 엄마의 잘못이라는 할머니.

  할머니가 애지중지 가꾸던 감나무에 달린 감을 만져보려고 동구의 무등을 탔던

사랑스런 영주가 미풍에 넘어져 세상을 등진것도 모두 어머니의 잘못이었고

엄마의 밥 먹는 모습도 아이 죽인 어미가 해서는 안될 짓이었다.

  견디다 못한 엄마가 할머니의 앞에 고추장독을 깨버리고는 그 길로 나가 결국은 정신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할머니의 엄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은 끝날줄을 모른다.

  이 위태로운 가정에서 아버지는 어떠했을까. 한국적 가부장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버지는 절대적인 권위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어린 동구에게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정을

행복하게 잘 이끌어보자고 이야기한다.

  동구의 마음을 달래주고 보듬어준 단 한 사람은 3학년 2학기때 자신을 애정으로

감싸준 박영은 선생님 밖에 없었다. 동구의 난독증을 깊이있게 관찰하고 동구의 눈높이에서

받아들이고 이해해 준 선생님에게 동구는 진정으로 사랑을 느낀다.

  묘한 시대적 상황. 박영은 선생님이 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광주에 내려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암시적인 내용들이 약간은 상투적이기는 하나 어린시절 알게 모르게 가족으로부터

특히. 할머니로부터, 그리고 할머니와 어머니의 고부갈등에서 제역할을 못했던 아버지를

가졌던 우리들에게는 찡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다. 

  동구가 동경했던 삼층집의 아름다원에서 다시 곤줄박이를 보았듯 우리 삶에도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새 희망을 얻을 뭔가가 계속해서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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