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그동안 어린이를 위한 장편동화를 많이 써온 작가 이금이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되는 중학생들이 읽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청소년기에 접어든 작가의 아이들을 경험하면서 구체화된 성장소설이다.

  동명이인인 주인공 유진과 유진. 유치원시절 ‘성폭력’으로 입은 상처가 각기 다른 성장과정을 통해 극명하게 대비된다. 같은 상황과 상처 앞에서 큰유진에게는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네 잘못이 아니야’, ‘사랑해’라는 말로 안아주는 부모가 있었고, 작은유진에게는 살갗이 벗겨지도록 몸을 닦아내고 때리고 그 일을 잊으라고 강요하는 엄마와 여섯 살 어린 유진을 깨진 그릇으로 보는 주위 가족들의 시선이 있었다.

  가족의 사랑으로 큰 고통없이 상처를 극복한 큰유진과 그 때의 기억을 지워버린 작은유진이 중학교 2학년 새학기에 대면하면서 엄마의 강요와 주위의 냉대위에 불안하고 위태롭게 아물었던 딱지 아래 농해 있는 기억의 조각을 아프게 맞춰나간다.

  제 나이 또래 아이들과 똑같은 관심거리와 반항거리를 가진 큰유진, 그에 비해 이미 여섯 살 어린나이에 깨진 조각이라 마음속에 각인시켜 놓은 작은유진은 불안정한 자신의 깨진 조각을 공부와 모범속에 맞추어 놓고 원인도 모르면서 자신이 와르르 무너질까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유진과 유진의 사소한 부딪힘 속에서 작은유진은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그 원인 모를 ‘흉’이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님을 큰유진과 큰유진의 부모가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통해 알게된다.

  삶이란 누구 때문인 것은 없다. 작은유진을 위해 서둘러 이사를 하고 기억을 잊으라 강요한 부모는 상처 받은 아이보다는 상처 받게 될 자신들의 체면을 먼저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다. 고스란히 상처를 간직한 유진이 그들에게 자신의 깨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복수라는 것을 생각해 낼 때까지 그들은 유진이 가진 상처에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유진이 담배와 춤으로 방황의 늪에 빠져들 때 작가 이금이는 희정이라는 이름을 빌려 아이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스물 몇 해밖에 안 살았지만 삶이란 누구 때문인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시작은 누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을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이지. 살면서 받는 상처나 고통 같은 것을 자기 삶의 훈장으로 만드는가 누덕누덕 기운 자국으로 만드는가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아.”




  어른들의 무관심 뒤에서 한없이 착한 눈망울을 한 또 다른 유진이 어떤 상처를 안고 세상에 홀로 서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전문학과 판타지소설이 거의 전부인 1318의 읽을거리에 날개를 달아주자. 그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훨훨 높이 날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