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에 띄운 편지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과 테러가 이젠 익숙한 일상처럼 읽히는 곳,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작가는 그 끔찍한 현실 속에 한 소녀와 청년을 담는다. 유리병에 담은 편지를 통해 우연히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 이스라엘 소녀 탈과 팔레스타인 청년 나임이 주인공이다.

이스라엘의 17세 소녀 탈은 어느 날 자기 옆집이 테러 공격을 받게 되자 그들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도 평화가 지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지 한통을 쓴다. 병 속에 담겨진 편지를 가자에서 군복무중인 오빠를 통해 바다에 띄워달라는 것.

오빠는 바다 대신 모래 위에 병을 꽂아 놓았고, 그 편지는 가자에 사는 20세 청년 나임의 손에 들어간다.

둘 사이에 이메일을 통한 편지가 계속 오간다. 탈은 자신의 꿈인 영화감독에 관한 일을, 또 자신의 가족과 사랑하는 남자친구, 학교 이야기 등을 정감있게 얘기하지만 나임은 자신의 나이도 가족도, 무엇 하나도 제대로 얘기하지 않는다. 이제는 답장을 보내긴 하지만 오픈 마인드는 소원해 보인다.

그러다가, 팔레스타인 쪽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탈은 혹시라도 나임에게 문제가 생겼을까 봐 애태우고, 꽤 시일이 지나고 나임은 자신이 무사함을 알린다. 내내 차가운 듯 표정을 감추지만, 사실 나임은 끊임없이 그녀를 떠올리며 거기에 휘둘리는 자신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게 이스라엘의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 받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늘 두려울 수밖에 없고 이메일은 확인하는 즉시 지워버린다.

그리고 이제 정반대의 사건이 터진다. 이스라엘쪽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고 지점에 그녀가 가기로 되어 있었던 것을 알았던 나임은 걱정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몇번이나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야 답장이 왔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사고 현장에 있었지만 화는 면했던 탈은, 그러나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이미 넋이 나가 있는 터였다.

평화를 갈망했던 그녀는 '테러'의 진면목을 눈으로 확인하고서 그들이 그토록 원한다 하여도 너무나 멀 수밖에 없는 현실의 평화를 실감하며 절망하고 만다. 이제 그녀를 위로하고, 그녀에게 희망을 북돋아 주는 것은 나임의 몫이 된다.

책은 이메일을 주고 받는 것과 서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짧게 일기 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이 사는 나라는 나에게도 그저 언론에서 보도되는 이미지에 지나지 않게 인식되어 있다.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눈에는 그곳은 벗어나야 하는 곳이고, 회복해야 하는 곳이지만 이런 식으로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서 여러가지 책과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현재 지구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분단의 그늘 아래.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동포들을 세계인들은 또 어떻게 쳐다보고 판단내리고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오고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