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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평점 :
눈을 깜빡이면 고양이로 변하고 손짓 한 번에 와이파이 존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휴가에 나선다. 목적지는 5성급 호텔이 아닌 삶이 고단하고 벅찬 중학생 정인이네. 왜? 악마는 부잣집도 찾아가지만 가난한 집엔 두 번 가니까!
빛날 정(炡)에 사람 인(人). 정인이의 이름은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현실은 다른 애들보다 중력을 세배쯤 더 받고있는 듯하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폐지를 줍고 자신은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봐도 친구들 다 가는 수학여행조차 갈 수가 없다. 우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밤, 금빛 눈을 빛내며 고양이로 변신한 악마 헬렐이 나타난다.
헬렐은 정인이네 집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보내겠노라 선언하고 숙박비로 소원을 들어주려 한다. 좋아하는 친구 앞에서 멋져 보일 수 있도록, 돈 걱정 없는 부자가 될 수 있도록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인다. 악마가 건네는 온갖 달콤한 ‘만약에’의 유혹에도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정인이는 끄떡없다. 그러나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불행이 겹치고 할머니마저 교통사고를 당하자 현실에서 도망치듯 헬렐을 따라 지옥으로 간다. 모든 상상이 이루어지는 곳. 그곳에서는 행복할 수 있을까?
브랜드 운동화, 항공기 일등석 등 원하는 것은 뭐든 가질 수 있다고 유혹하는 악마와 자기 삶을 꿋꿋하게 지켜내려는 정인이 주고받는 대화는 글을 읽는 내내 유쾌하다. 중2병도 사치일 정도로 힘든 현실이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정인이와 함께하다 보면 주인공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든다.
청소년기에는 버거운 현실 속에서 주변의 이해와 지지 없이 홀로 남겨졌다는 절망감이 더욱 위태롭게 작동할 수 있다. 꼭 그 길이 아니어도 편한 길이 있다는 속삭임 또한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무수히 많은 갈림길과 선택지 앞에서 스스로 올바른 방향을 결정할 용기를 가져보자. 남들과 조금 다른들 어떠하랴. 앞에 펼쳐진 나의 가능성을 하나씩 확인하며 나아가면 된다. 그늘에서도 꽃은 피니까.
"만 가지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하나도 안 따지고 살겠어요. 만의 하나, 그리고 그것 때문에 놓칠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가능성 사이에서 내 식대로 방법을 찾아볼게요."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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