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많은 돼지고기는 어디서 왔을까? - 식량위기 시대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해 나의 한 글자 8
후루사와 고유 지음, 형진의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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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드넓은 밭에서 수확된 옥수수가 커다란 배에 실려 한국의 사료 공장으로 향한다. 공장에서는 옥수수와 함께 페루에서 온 어분, 브라질산 대두 등을 섞어 돼지 사료로 가공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료는 국내의 축산 농가로 팔리고 이것을 먹고 자란 돼지의 원산지는 국내산으로 표기된다.

 

전 세계의 먹을거리는 연쇄 작동하고 있다. 유럽의 빵 창고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밀 가격 폭등은 밥상 물가를 휘청이게 한다. 식품산업의 공업화, 무역시장 개방, 편리한 유통망은 식량의 대량 생산과 풍족한 소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막대한 이익 창출을 위해 주요 곡물과 상품 작물 위주로 국제 분업화가 진행되고, 글로벌 곡물 메이저 기업과 일부 국가의 지배에 가까운 독점 구조가 형성되었다.

 

누군가를 잘 먹이기 위해 누군가는 굶주린다. 가난한 나라는 거대한 농지가 있지만 국제 시장에서 수출이 잘 되는 작물 위주로 재배하다 보니 정작 식량은 부유국에서 수입하는 상황에 놓였다.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은 빈곤층의 식량 위기를 초래했다. 먹을거리를 둘러싼 위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산성을 강화한 슈퍼 품종은 식량 자원의 다양성을 사라지게 했으며 무분별한 경작지 개척은 자연을 파괴한다.

 

저자는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식량 분배의 불균형과 해결 방식을 대화 형식으로 쉽게 짚어 준다. 무엇보다 지역 내에서 먹을거리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순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철 먹거리 즐기기와 버려지는 식품을 활용하는 식품 재활용, 조경수 대신 과실수를 심는 먹을 수 있는 경관 운동까지 다양한 실천법도 소개하고 있다.

 

수만 리 밖에서 온 농산물이 우리 땅에서 나는 것보다 값이 싸다면 거기에는 환경 파괴나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 같은 불편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와 연결된 세계 질서의 이면을 찬찬히 톺아보자. 식탁 속 연결고리의 비밀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생존 앞에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 생태계 만들기가 시작된다.

절대적인 먹을거리 생산량은 확보되었는데 여전히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들은 없어지지 않는 모순.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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