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모둠의 용의자들 VivaVivo (비바비보) 49
하유지 지음 / 뜨인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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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것도 없고 예쁜 구석도 없는 최은율, 베프가 없어서 밥도 혼자 먹는 최은율. 책 속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혹한 평가이다. 자존감 제로에 친구를 사귀기도 힘든데 누군가가 익명 단톡방에서 나를 저격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주인공을 찾아온다.

새별중 1학년 은율이는 단짝 친구의 전학으로 외로운 2학기를 맞았다. 같이 다닐 친구가 없어 가뜩이나 우울한 어느 날 밤, 전교생이 모여 있는 익명 단톡방에 알람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내년에 같은 반 되기 싫은 사람?’, ‘난 최은율.’, ‘왜냐하면…’. 점 셋만 남기고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방을 나가 버린 범인! 툭 던져진 메시지 옆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고 대화방이 폭파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톡방의 개설자 홍샘의 조언대로 은율은 사건을 직면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을 저격한 범인을 찾아 나선다. 같은 반 엘라의 제보로 용의자는 3모둠의 다섯 명으로 좁혀졌다. 한 명씩 차례차례 용의자를 탐문하던 중 뜻하지 않게 친구들이 가진 고민과 아픔을 마주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님 때문에 힘든 다희,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언니와의 비교로 죽음을 생각하는 소미, 사랑하는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야 하는 민준…. 은율이는 잠시 자신의 일을 제쳐두고 위기 상황에 놓인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은 주변 사람과 그 속의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되짚어본 기억 속에서 은율이는 마침내 친구에게 상처를 준 순간을 찾아낸다. 잘못을 사과하고 화해를 청하는 용기도 예쁘다. 마음이 덜컥 내려앉을 만한 무거운 사건으로 시작되지만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 길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이 소설을 읽은 여러분이 자기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에게 필요한 베프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내면에 더 집중해 보자.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힘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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