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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을 위한 없는 나라 지리 이야기 - 2022 세종도서,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전국지리교사모임 추천도서
서태동 외 지음 / 롤러코스터 / 2022년 3월
평점 :
한 사람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디서 태어나 자랐는지에 관한 정보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 국가에 대해 논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리 잡은 땅의 특성과 그로부터 파생된 문화의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다른 나라를 알아가는 방편으로 그 나라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관심을 가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있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에 대해 주목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공항이 없는 나라 모나코는 국경의 끝과 끝을 연결해도 3,500m가 채 되지 않아 활주로를 갖출 수가 없다. 출입하려면 프랑스 니스를 거쳐 육로를 통하거나 요트,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한다. 이런 약점을 관광 포인트로 활용한 모나코는 요트 위에서 느끼는 멋진 해안 경관, 카지노, 포뮬러 1 등 문화자본을 통해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터키, 이란,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끼여 번갈아 지배당한 경험이 있는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아기 이름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이 나라는 굴욕의 역사를 지우기 위해 러시아식 이름을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겪어야 했던 창씨개명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처사다.
강은 없지만 물 자원 기술을 확보해 농산물 수출까지 가능하게 만든 사우디아라비아, 연중 고온다습하여 쾌적한 환경이 아니지만 쇼핑의 천국인 싱가포르 등. 우리가 알던 상식 외의 사실들이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또 왜 아이슬란드에서는 열차를 탈 수 없는지, 중국은 왜 현금이 없는 나라를 표방하는지처럼 나름의 없는 까닭이 담긴 속 사정을 대면할 수 있다.
‘없다’는 것은 얼핏 불리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없어도 잘 사는 나라들을 따라가다 보면 없음이 결핍이 아님을 알게 해 준다.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짚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덤이다. 이 책과 함께라면 단순히 수도 이름 외우기를 넘어서는 지리적 상상력과 통찰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