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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87km 셀마 대행진 ㅣ illustoria 1
박정주 지음, 소복이 그림 / 그림씨 / 2021년 10월
평점 :
비명으로 가득 찬 뉴욕의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한 용의자는 평소 유튜브 채널에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폭력을 예고하는 동영상을 자주 게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차별과 혐오를 이유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참사는 전세계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1950년대 미국에서는 노예 제도가 폐지되고 인종차별 역시 금지되었지만, 흑백 분리 제도가 공공연하게 시행되었다. ‘분리하되 평등하다’는 분리 평등 정책의 위헌 판결에도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남부 주의 대다수는 통합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당한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한 흑인들은 자신의 권익을 대변할 수도, 대리자를 선출할 수도 없었다.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기에 차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백인에게 버스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로자 파크스 사건은 흑인들을 각성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더 이상 혐오와 억압을 감내할 수 없던 그들은 변화를 위한 투표권을 요구하며 셀마에서 몽고메리시까지 87km 평화 행진을 시작한다. 이 여정은 권력의 탄압과 인종차별주의자의 폭력으로 얼룩 지지만 오히려 미국 전역을 분노하게 만들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낸다. 흑인과 백인, 여성과 남성 등 서로 다른 사람들이 오직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함께 했다.
‘셀마 대행진’은 행동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용기로 민주주의를 확장한 사건이다. 존중의 의미를 아는 많은 시민이 너와 나의 배타적 구분이 없는 세상을 위해 거리로 나왔으며, 평등의 가치를 이루어 냈다. 차별의 당사자가 부당함에 대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불의에 함께 맞설 수 있는 사랑과 연대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식이 피부색이 아닌 인품의 내용으로 평가받는 세상에 사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은 슬프게도 아직 유효하다. 차별이 여전한 시대, 세상을 바꾸는 행진이 현재 우리에게도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