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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시스터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9
김혜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평점 :
친구가 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 우연히 말이 잘 통해서, 혹은 같은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동질감으로 쉽게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은 다르다.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안 맞는 점이 먼저 거슬리고, 사소하게 부딪히며 쉽게 생채기를 내는 존재. 책 속 주인공 이나와 주나는 성격은 물론, 외모, 취향, 입맛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자매 사이다. 가족이 아니었다면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둘 사이에 언젠가부터 미묘한 냉담함이 흐른다
부모님의 이혼 이야기가 오가던 시절 주나는 엄마 아빠가 아닌 언니를 선택할 정도로 이나를 따랐다. 부쩍 차가워진 언니의 태도에 이유를 묻고 싶지만 ‘그냥 주나가 싫어져서’라는 답을 듣게 될까 무섭다. 그러던 중 이나는 출산을 앞둔 이모를 돌보러 가는 엄마를 따라 치앙마이에, 주나는 베를린에서 열리는 아빠의 건축 박람회 출장에 동행하며 서로 떨어져 방학을 보내게 된다.
톡이 서로 공을 주고받는 탁구라면 메일은 혼자 던지면 되는 볼링 같다. 둘은 몸과 마음의 거리를 두고 서로에게 공을 굴리듯 안부 메일을 전한다. 이나는 모처럼 가지게 된 여유와 치앙마이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 낙관적인 인연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면의 힘을 단단하게 키워간다. 그래서일까? 시큰둥하게 읽었던 주나의 이야기에 차차 마음을 연다.
한편 베를린에 도착한 주나에게는 예상치 못한 감정의 파도가 들이닥친다. 절친이 주나의 전 남친과 사귄다는 미칠 것 같은 배신감, 아빠의 통역을 도와주는 독일 청년 빈센트에게 품은 호감을 털어놓을 곳은 역시 언니뿐이다. 펜팔 친구처럼 교차 되는 이나와 주나의 이야기와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줄곧 고민 많은 십 대에 대한 애정으로 청소년을 위한 글을 써왔던 저자다. 집필의 원동력은 쓰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 덕분이었다고 한다. 정성을 기울인 만큼 성장하고, 노력을 지속한 만큼 보상이 따른다는 점에서 관계도 글쓰기와 닮았다. 때로 아플 때도 있지만 성장통이 지나간 자리에서 분명 한 뼘 자란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