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미남이시네요> 등 남장 여자 드라마가 히트를 기록하고 실로 요즘 인기의 대세는 남장여자.... 하지만 사실 남장여자란 옛날옛적부터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였던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최근 유행하는 남장여자는 꽃미남 파라다이스 속에서 홍일점으로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여자들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주는 순정만화적인 요소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고전 속의 남장여자들은 시대의 한계 속에서 남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연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 어쨌든, 마침 한국에서 실사판 <뮬란>이 개봉한 기념으로, 영화 속에서 이러한 남장여자와 관련된 고전이나 그 고전을 변형한 작품들을 한번 찾아보자~
중국의 설화 "뮬란 (화목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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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 전사의 귀환 (2009)
花木蘭
뮬란 (1998)
Mulan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참전한 목란이 12년간 종군하며 공을 세우고 개선하지만 관작을 마다하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의 <화목란(花木蘭) 설화>를 다룬 두 작품이다. 1998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져서, '목란'(중국어 발음은 '무란'에 가까움) 보다는 영어식 발음을 한국식으로 독음한 '뮬란'으로 더 친숙하다.
디즈니의 <뮬란>은 물론 디즈니스러운 발랄한 이야기로 변하긴 했으나 남장여자로 참전해 공을 세운다는 설화의 큰 뼈대는 그대로이다. 귀여운 가상의 캐릭터들-마스코트 격인 귀여운 용이라든가 귀뚜라미-를 활용하는 등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톡톡 튀는 재미들이 잘 살아있고, 뮬란을 자아를 고민하고 찾아가는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이전의 디즈니 동화 뮤지컬 시리즈들의 식상한 각색의 반복에서 다소 벗어나 오랜만에 호평을 들었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여전한 선악이분법과 어이없는 악당이 되어버린 훈족의 설정 등에선 아쉬움이 남기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결국은 서양이 그리는 동양은 아무리 미친듯이 자료조사를 한다 해도 극복할 수 없는 벽이 느껴지는 법.
언제까지 '화목란'이 아닌 '파뮬란'으로만 알려져 있을 텐가. '뮬란'도 중국식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물결을 타고, 중국과 아시아가 사랑하는 배우 '조미'를 앞세워 나타났다. 처음에 '뮬란'이라는 영화제목만 봤을 땐 어설픈 디즈니 짝퉁같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 <뮬란>은 무척 진지하고 차분하게 전쟁과 그 안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 영화는 볼거리 가득한 거대한 전쟁이나 뮬란의 현란한 무술솜씨나 활약상을 자랑하는 <적벽대전>같은 블록버스터와는 거리가 멀다. 또한 남자들 사이에서 홍일점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상황이나 감정의 줄다리기 같은 흥미본위의 요소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설화에 기본에 충실하게 '나라를 구한 충심 깊은 영웅'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 연약하면서도 강인했고, 강인해져야만 했던 한 여인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녀를 곁에서 지탱해주는 문태의 사랑과 전우들과의 형제애 등도 잘 표현되어 뻔한 듯 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덤으로, 중국의 기무라 타쿠야라는 진곤이나 성룡의 아들 방조명, 중국의 카리스마 후준의 악역 연기, 러시아 가수 비타스의 특별 출연 등 쟁쟁한 배우들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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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야 (1996)
Twelfth Night
쉬즈 더 맨 (2006)
She's The Man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재기발랄한 즐거운 희극에는 남장여자들이 종종 등장한다. <당신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는 핍박을 피해 숲으로 도망쳐 남장을 하고 살다가 서로의 짝사랑을 마음에 품고 있던 연인들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또하나 유명한 이 작품, <십이야>는 배가 난파되어 쌍둥이 오빠를 잃어버린 채 살길을 찾아 남장을 하고 공작의 시종이 된 여주인공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엇갈린 사랑의 막대의 유쾌한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1996년 트레버 넌 감독의 <십이야>는 시대와 배경만 조금 바꿨을 뿐, 원작에 거의 충실한 작품이다. 내용뿐만 아니라 원래 연극무대에서 상영되던 희곡의 특성 또한 많이 살리고 있는데, 특히 영화속에도 연극의 광대역이 확장되어 모든 이야기를 지켜보고 관여하는 음유시인이 등장한다. 연극적인 요소를 좋아한다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일지도... 또한 최근엔 자꾸 대작 속에서 악당 역할을 맡아서 이미지 굳어질까 걱정되는 벤 킹슬리의 수준급 노래실력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찬가지로 요즘 모습만 봐서는 잘 연상되지 않겠지만 고전의 여왕 시절의 아리따운 헬레나 본햄 카터가 남장한 바이올라를 사랑하게 되는 올리비아 역으로 등장, 예쁘지만 나름 한 성격 하시는 적극적인 아가씨를 연기한다-ㅋㅋ
그런데 이 사랑받는 희곡도 21세기에 들어서자 생각지도 못한 깜찍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로 바뀌어버렸다. 두 영화 모두 어쩔 수 없이 남장을 하고 있으나 사랑하는 남자 옆에선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여자로 되돌아가버리는 바이올라의 사랑스러움에 웃음이 나지만, <쉬즈 더 맨>의 업그레이드 된 틴에이저 소녀의 깨방정은 웃음을 빵 터지게 만든다. 남장을 해도 동글동글하니 너무나 귀엽던 아만다 바인즈의 능청스런 연기가 일품. 남장으로 인한 재미난 해프닝과 로맨스에 '축구선수로 뛰고 싶다'는 꿈까지 찾는 현대적인 여성의 이야기까지, 남장여자 소재의 장점을 모두 합쳐놓았지만... 미국식의 과장된 유머와 다소 억지스런 상황을 남발하여 너무 코믹함에 치우친 듯한 느낌이 살짝 아쉽기도 했다. 셰익스피어의 유쾌함이 개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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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타냥의 딸 (1994)
La Fille De D'Artagnan
삼총사 (1974)
The Three Musketeers
마지막으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등 모든 장르에서 인기만점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 관한 영화들. <삼총사>는 거의 영화사의 흐름대로 시대마다 영화화 된 듯 하다. 지금도 3D영화로 또 <삼총사>가 나올 예정이고.
최근작 중에는, 최악이었던 2001년작 <머스킷티어>를 빼면 1993년에 크리스 오도넬이 달타냥으로, 키퍼 서덜랜드가 아토스로 나온 디즈니 버전의 <삼총사>가 있다. 재미난 액션활극 오락물이긴 하지만, '디즈니' 꼬리표가 있는 이상 당연히 예측되듯이 일단 원작과는 안녕~~
그리고 원작에 충실하면서 평도 좋았던 작품으로는 1974년 리처드 레스터 감독의 <삼총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사실 <삼총사> 뒤에 <사총사>까지 총 두 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1부에 해당하는 <삼총사>는 가스코뉴 촌뜨기 달타냥이 파리에 올라와 삼총사와 만나고 버킹검 공작과 왕비의 목걸이 사건을 해결해 총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 무리하게 소설내용을 다 넣지 않아도 되니 거의 원작 그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캐릭터의 특성들도 원작에 가깝게 위트있게 잘 살려내서 74년 작품이긴 해도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의 중요 키워드 중의 하나인 '남장여자'가 삼총사랑 무슨 상관?? 사실 '삼총사'에 '남장여자' 하면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달타냥의 모험(원제: 아니메 삼총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만화에서는 아라미스가 남장 여자라는 설정이었는데,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나중에 극장판은 아라미스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도 남장여자가 등장하는 변형 버전 삼총사가 있다. (엄밀히 따지면, 남자행세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남자 옷을 입고 다닌 여자지만...;;) 바로 너무 예쁜 앳된 소피 마르소가 등장하는 1994년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의 <달타냥의 딸>이다. 제목 그대로, 달타냥과 콘스탄스 사이에서 낳은 딸 '엘로이즈'가 등장하는 '삼총사 외전'격의 작품이다. 정의를 위해 물불 안가리는 행동파에 고집 센 성격이 똑같은 달타냥 부녀의 티격태격과, 늙어도 여전한 개성만점 삼총사 아저씨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대가 흘러 리슐리외 대신 마자랭 추기경과 어린 루이14세가 등장하며, 우연히 왕위찬탈 계획을 알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이 심각하기 보다는 코믹한 편이다. 언제나 위엄있거나 분위기 있는 형님 역인 아토스가 망가진(?) 캐릭터로 나온다는 점도 쇼킹. ㅋㅋ 요즘 영화에 비하면 날 것 그대로에 단조로운 연출이라 별 관심 없이 보면 심심할지도 모르지만, 삼총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한번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