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2주
세인트 클라우드 (2010)
"시간의 경계를 넘어선, 신비한 사랑의 시작"
... 영화의 포스터와 영화 포스터를 그대로 사용한 원작 소설의 표지에 있는 이 문구를 처음에 보자마자 기욤 뮈소의 소설 <구해줘>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처럼 적당히 판타지를 가미한 뻔한 로맨스겠거니 생각했으나 그렇지만은 않았다. '시간의 경계'라는 말 때문에 혹 시간여행인가 했지만, <세인트 클라우드>는 사후 천국으로 떠나지 않고 중간계에 머무는 영혼을 볼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사랑과 영혼>같은 부류의 절절한 로맨스에 치중하는 건 아니다. <세인트 클라우드>는 갑작스럽게 소중한 이를 잃어버리고 남겨진 자와, 그렇게 갑자기 원치않게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서 떠나게 되어버린 자들(즉, 영혼들)을 모두 보듬는 이야기이다.
자기 잘못으로 어린 동생의 삶을 빼앗아버렸다는 죄책감과 그 동생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일념으로 자신의 미래를 접어버린 찰리. 활달하고 당차지만 마음속에는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마음 맞는 짝을 만나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외로움을 지닌 테스. 그리고 누구보다 믿고 따른 형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천국에 가지 않은 채 영혼으로 머물고 있는 샘. 각자 어딘가 결핍되어 있는 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상처는 치유하고, 어느새 족쇄가 되어 있던 사랑의 틀을 깨고 더 큰 사랑으로 포용하게 되는 모습은 무척 뭉클하다.
안타깝게도 이 뭉클한 감동은 영화에서는 시각적 볼거리와 러브스토리를 내세우느라 원작 소설만큼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림같은 바다와 해질녁의 풍경, 원작과 달리 요트선수로 설정되어 보다 멋진 장면을 연출해보이는 찰리, 선남선녀의 환상적인 러브씬 등은 분명 무척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감상적으로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원작에서 느껴지던 찰리의 상처와 외로움, 그리고 마음의 갈등은 깊이는 없어지고 단순화되어 버렸다.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별 잭 애프론은 신선하고 풋풋한 매력은 있지만 그것뿐. 잭 애프론이라는 배우 자체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름 원작에 충실하고 영상미와 분위기는 버리기 아까우니 이왕이면 책과 영화를 모두 보는 편을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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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클라우드> 벤 셔우드 지음
영화 개봉과 발맞추어 보무도 당당히 영화 포스터를 표지로 두르고 나왔다. 그런 고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책도 남녀주인공의 달달 절절한 러브스토리일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로맨스에 과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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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2009)
"시간여행의 운명을 지닌 남자, 그를 기다리는 여자"
...이번에야 말로 진정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신비한 사랑이야기다. '시간여행자'라고 하니 마치 시공간을 신나게 훌훌 넘나드는 신비한 능력을 지닌 자유인과 바람같은 그 남자를 일편단심 기다리는 청순한 여인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그렇게 마냥 아름답기만 한 로맨스 영화는 아닌 것이니... 이 남자, 헨리는 '시간여행 유전자' 때문에 몸이 멋대로 시간을 뛰어넘어다닌다. 한마디로 스스로 시간여행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언제 어디로 날려갈지 몰라 예측불허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자 그대로 그의 '몸'만 홀랑 타임워프를 하다보니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알몸으로 뿅 하고 떨어져 무슨 위기상황을 겪어야할지 알 수 없다. 그런 그의 삶에서 유일하게 위안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언제나 사랑으로 그를 기다려주는 아내 클레어 덕분이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는 클레어라는 한 여인의 끝없이 희생을 감내하는 헌신적이고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타고난 불우한 운명만큼이나 어둡고 힘들게 살았던 헨리의 과거도 끌어안았고, 언제 사라져서 언제 돌아올지 종잡을 수 없는 남편을 늘 걱정하며 기다려야 했고, 그 시간여행 유전자 때문에 둘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조차 가지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 얼핏 낭만적일 것만 같지만 실상 서로를 깊이 믿고 의지하지 않는 한 한결같이 지키기 힘든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영화는 이들의 이러한 감정을 잔잔하고도 아름답게 잘 표현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이리저리 뒤얽힌 스토리를 영화의 시간 안에 편집하다 보니 다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있고, 그래서 책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볼 때는 이해되지 않는 허점들이 있다는 게 단점. 또 책을 읽을 때 어둠속에 방황하던 젊은 시절과 클레어와 결혼한 뒤의 나이 든 헨리의 이미지는 무척 달랐고 그점이 헨리의 매력 중 하나였는데, 에릭 바나는 안정된 중년 헨리의 이미지에는 부합했으나 젊은 헨리의 매력은 영 살리지 못해서 아쉽다. 그나마 레이첼 맥아담스가 기네스 펠트로보다 클레어 역으로 마음에 들었던 점으로 위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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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처음엔 '기네스 펠트로 주연 영화화'라고 광고했었는데, 영화화의 난항과 함께 책도 사라졌다가 영화가 나오자 새로 재판됐다. 이젠 무려 특별소장본까지 나왔다. 영화가 끝내 망했으면 이 책도 어찌됐을지...
레이크 하우스 (2006)
"2004년의 남자, 2006년의 여자... 시공을 초월한 신비한 사랑"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하지만, 시공간 초월 러브 스토리 하면 대표적인 영화 <시월애>가 헐리웃으로 건너가 리메이크된 것이 바로 <레이크 하우스>이다. <시월애>에서는 바다 위에,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호수 위에 지은 집을 배경으로, 그곳에 사는 2년전 과거의 여자와 2년후 미래의 남자가 우연히 서로 편지로 소통을 하게 되고, 그렇게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가게 된다.
<시월애>에서는 아직 신인이던 풋풋한 전지현이 여주인공을 맡아 청춘의 설레임과 아린 슬픔이 느껴졌던 반면, <레이크하우스>는 이미 익숙하고 비슷한 부류의 영화 경력도 많은 산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의 조합으로 성숙한(?) 멜로의 느낌이 났달까... 그래서인지 아니면 워낙 헐리웃영화에 익숙해져 있던 탓인지 <레이크 하우스>는 <시월애>를 볼 때보다는 더 편한 느낌이 들었었다. 2000년에 처음 <시월애>가 나왔을 땐 다소 생소함을 느꼈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시월애>가 쓸쓸함과 그리움의 정서가 훨씬 강했기 때문에, 헐리웃스러움이 덧입혀져 잔잔하면서도 밝은(다소 뻔한 느낌이긴 하지만) <레이크 하우스>쪽이 더 편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시간을 뛰어넘어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초현실적인 설정을 쓴 마당에 좀더 판타지를 살짝 첨가해도 괜찮다고 여겼던지, <레이크 하우스>의 클라이막스와 엔딩은 <시월애>보다 좀더 극적으로 연출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는 나름 애교로 재미있게 피식 웃어줄 수 있다... ㅎㅎ
사랑이란 참으로 신비하고 참으로 대단한 힘을 지닌 것이라고들 한다... 그 신비를 살짝 현실속에 끼워넣어 더욱 극적이고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들. 하지만 이 영화들 모두에서 새롭게 알 수 있는 것 한가지는! 결국 어떤 초자연적인 신비함 때문에 그들의 사랑이 특별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사랑을 특별하게 만든 건 바로 그들 자신이라는 것.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든, 시간을 이동하여 신비한 만남을 가지든, 그들이 그 사랑을 끝까지 붙잡고 지키고자 애쓰지 않았다면 그들의 이 특별한 사랑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며,
덤으로 이러한 시공을 뛰어넘는 특별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헐리웃 이외의 영화들도 간단히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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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레이크 하우스>의 원작 영화로 언급했던 <시월애>.
- <시월애>와 같은 해에 나온 또다른 시공 초월 러브스토리 <동감>. 이 영화에서도 정말 풋풋 풋풋 풋풋한 유지태와 김하늘, 박용우, 하지원을 볼 수 있다. 낡은 무선기로 우연히 대화하게 된 1979년의 여자와 2000년의 남자. 남자에겐 당돌하지만 귀여운 신세대 여자친구가 있고 여자에겐 수줍게 드러내지 못하지만 마음에 담은 선배가 있다. 안타깝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한 그녀의 사랑을 들으며 호감과 그리움을 갖게 되지만, 두 사람은 사실 놀라운 인연이 닿아있는 관계였는데...
- 2008년 조용히 국내에 개봉해서 조용히 입소문과 입소문으로 큰 호평과 인기를 얻었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학원로맨스+음악 영화일 거라 생각했으나, 끝까지 보다 보면 제목처럼 신비한 비밀이 얽힌, 그리고 그 비밀로 인해 더욱 짠한 감동을 주는 순수하고 예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