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1주
더위에 지치고 추위에 얼어붙는 힘겨운 계절 - 여름과 겨울마다 그 힘겨움을 잊고 우리를 열광하게 해주는 스포츠들이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렸는데, 그런데 웬지 올 겨울은 뭔가 허전하다. 바로 작년까지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열광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 것다!! 그렇게 TV에서 주구장창 볼 수 있던 피겨 대회도 올해는 싹 자취를 감추었고, 심지어 아시안 게임의 피겨 종목 조차 그다지 화제를 일으키지 못했다.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라는 스타의 등장으로 피겨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멋진 여러 선수들의 기량을 즐길 수 있게 되는가 싶었으나, 바로 그 스타가 없으면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 피어나기 힘들다는 현실이 슬프다~ 그리하여 아쉬운 마음으로 영화속에서 한번 피겨 스케이팅을 만나 볼까 하여 모아 본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 (1978)
Ice Cas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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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무는 곳에 (2010)
Ice Cas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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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스포츠 멜로 영화의 고전인 <사랑이 머무는 자리에>. 주인공은 스케이트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뛰어난 재능 또한 가지고 있는 시골소녀 렉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위해 노력한 렉시의 밝고 순수한 스케이트에 사람들은 환호해준다. 그녀는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피겨 유망주로 성공해가는 듯 하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의 순수했던 스케이트의 즐거움과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된다. 여기까지 뻔한 성공 스토리일 것 같던 영화는, 렉시가 사고로 실명하면서 단순한 스포츠 멜로물 이상의 본격적인 인간승리의 감동 드라마로 변모한다. 폐인이 되어버린 렉시의 곁을 지키는 아버지와 남자친구인 닉.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녀는 다시 얼음판에 설 용기와 희망을 되찾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이러한 훈훈한 사랑과 인간승리의 드라마, 아직 덜 여물어 아픔도 겪지만 언제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영화이다. 앞도 보이지 않은 채 홀로 선 가녀린 소녀가 너른 빙판 위를 미끄러지며 그려내는 아름다운 스케이팅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의 로맨틱한 감성이 팍팍 와닿을 것이다.
다만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1978년 작인지라 요즘에 비하면 다소의 촌스러운 부분들이 보이기에 살짝 리메이크판이 나와줘도 괜찮을 텐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랬는데 이게 웬걸, 진짜로 2010년에 리메이크판이 나왔다. 심지어 똑같은 감독님이,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정말 원작 그대로인 모습으로 만들었다. 렉시의 의상조차 원작에서 아주 조금만 손을 봤을 뿐 거의 똑같을 정도이다. 대회 해설자로 미쉘 콴도 깜짝 출연을 한다~ 원작에 추억이 있으면 있는대로, 모르면 또 모르는 대로 2010년판 리메이크도 한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사랑은 은반 위에 (1992)
The Cutting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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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은반 위에2 (2006)
The Cutting Edge
~ Going For The Go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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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은반 위에3 (2008)
The Cutting Edge
~ Chasing the 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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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피겨 영화는 <사랑은 은반 위에> 시리즈. 1992년에 영화가 나오고, 세월이 흘러 2006년에 1편 주인공 커플의 딸을 내세운 속편이, 2008년에는 그 딸은 코치가 되고 또다른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리즈물이 되어버렸다. 이 시리즈들 또한 역경을 딛고 재기하는 감동 스포츠 드라마의 요소와 남녀주인공의 로맨스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 머무는 자리에>는 한 소녀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중심이었다면, 이 시리즈들은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로맨스물'이다. 남녀의 착착 맞아떨어지는 호흡과 주고받는 눈빛 속에 사랑이 피어나리라~는 상상을 뭉게뭉게 피어나게 하는 '페어' 종목이 로맨스에도 딱! 각자 새로운 꿈, 재기를 꿈꾸며 손을 맞잡은 남녀 주인공들이 처음에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서히 사랑을 싹틔우며 빙판 위에서만이 아닌 서로의 영원한 파트너가 되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피겨 대회의 모습이나 연기 장면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대회장의 화려한 조명은 아무래도 배우들의 어색한 피겨연기를 멋지게 커버하기 위한 것 같은데 보는 내내 정신사나웠고 올림픽같은 대회의 느낌보다는 쇼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거슬렸다. 목표을 향해 다시 일어나 도전한다는 주인공들의 의지도 스토리의 주요 축 중 하나인데 그 무게감이 너무 없어져 더욱 단순한 로맨스물로 치중되어 버린다. 또 피겨의 프로그램이란 그 안에서 또하나의 드라마를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인데, 그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그냥 배경음악에 기술만 몇 개 보여주고 마는 점도 영화의 연출적인 면에서 마이너스였고.
그래도 뭐, 전형적이긴 하지만 가끔 별 생각 없이 팝콘 씹으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즐기고 싶을 때 한번쯤 볼만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그런 전형성도 꼭 나쁘지만은 않다. 또 실제로는 말이 되지 않겠지만 영화속에서는 아이스하키 선수라든가 롤러스케이터 등의 피겨와 상관없는 이력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하는 등, 극적인 재미를 주는 색다른 페어연기를 볼 수 있는 것도 나름 영화만의 재미라면 재미. 예를 들면 2편에서 남녀주인공은 둘이 같이 3회전 점프를 뛴다... 왜 이장면에서 나는 자꾸 웃음이 나던지... ㅋㅋ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2007)
Blades of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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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만 봐도 이미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지는... 게다가 저 주인공은 윌 페렐?! 과연 이것이 피겨 스케이팅을 다룬 영화인 것인가 싶겠지만, 맞다. 그럼 이번엔 남자 싱글? 그건 아니다.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또한 <사랑은 은반 위에>시리즈처럼 주인공들은 페어로 출전하며, 영화에서만 가능한 그들만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은반 위에> 보다 훨씬 과감하게...!
이들 페어는 남녀가 아니라 남남이다! 왜 페어는 꼭 이성끼리 하고 동성은 없지? 하는 이 단순하고도 허를 찌르는 발상이 무척 마음에 든다. 안그래도 한번쯤 동성끼리 짝지어 연기하는 건 왜 없을까 하는 궁금했던 적이 있지 않은가? (나..나만 그런가;;;) 남남 페어는 어때? 심지어 그 남남은 서로 전혀 다른 성격에 누구보다 격하게 치고받는 라이벌 사이였다면? 어릴 때부터 스케이트 영재로만 키워진 순수함의 결정체 지미와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심각한 마초맨 채즈는 싸움을 벌이다 결국 둘 다 남자 싱글 피겨계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러나 스케이트 없이는 떨거지 폐인밖에 못되는 둘은 재기를 위해 규정의 헛점을 이용해 페어로 시합에 나가고자 연습에 돌입한다. 영화 초반에는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에서 극단의 과장을 만들어내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다소 과격한 미국식 코미디라 웃으면서도 웃기 힘든 미묘한 부담이 있다. 하지만 점차 우정인 듯 아닌듯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면 편하게 깔깔댈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사이코같았지만 그래도 은근히 점차 숨겨진 인간미(!?)를 보이며 변하는 채즈 덕도 있고, 마지막에는 나름 훈훈한 우정의 피날레가 제법 카타르시스도 전해주더라는... ㅋㅋㅋ
코미디 영화니까 아름다운 피겨 연기를 볼 기대는 하지 말자. 대신 얼음 위에서 두 남자가 펼치는 한없이 진지해서 더 웃긴, 나름 박력있고 나름 긴장감 넘치는(목숨을 걸고 하니까) 페어 연기는 보지 않고 넘기기엔 아까운 재미~ 파격적인 동성 페어의 최종 필살기, 전세계 어디서도 할 수 없고 오로지 북한에서만 시도 가능한 미친 기술의 실체도 직접 보시라.